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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경제발자취] 7. 국제통화와 헤게모니
입력1999-12-22 00:00:00
수정
1999.12.22 00:00:00
신경립 기자
국가경제의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가 금에서 달러로 바뀐 것이다.20세기의 가장 큰 얼룩으로 남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국제 사회의 패권을 옮기면서 국제질서를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세기동안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해 온 영국이 1, 2차 대전을 거쳐 왕좌를 내놓으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절대 강자로 부상, 20세기 후반을 주도해 왔다.
이같은 경제 패권의 이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국제통화체제의 변화다.
60년대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과 80년대 일본 엔화의 위협, 99년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출범 등 일련의 위협에도 불구, 20세기의 막을 내리는 지금 미국은 여전히 국제 경제의 「승자」로 왕좌를 지키고 있다.
◇이빨빠진 파운드, 절대 강자 달러화=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미국 브레튼우즈에서 회동한 연합국 대표들은 국제 통화의 위계질서를 뒤바꿔 놓았다. 1차대전 이후 영국의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영향력을 잃어온 영국의 파운드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범 이후 결정적으로 무대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는 런던에 위치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파운드화는 48년 달러당 2.8파운드에서 82년에 2파운드를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달러당 1.6파운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레튼우즈체제는 금을 통화가치의 기준으로 삼되, 금 1온스=35달러의 교환비율을 유지토록 한 고정환율제. 19세기 대영제국의 유물인 「금본위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달러가 세계의 중심통화로서 자리를 굳혔다. 세기를 마감하는 현재까지도 미국과 달러화는 불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거래 급증에 따른 시장 불안과 80년대 후반 경기 호황의 절정기를 틈타 아시아 경제권의 기축통화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일본 엔화, 21세기 새로운 기축통화를 꿈꾸며 출범한 유로화 등 「패자(覇者)」 달러화와 미국 경제에 대한 도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엔화 강세는 「1달러=1유로=100엔」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면서 21세기 통화 체제가 3대 축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8월15일…달러의 독립기념일= 71년 8월15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국제 통화체제를 뒤흔든 또하나의 사건을 일으켰다. 1온스=35달러의 기준에 근거한 금태환의 정지를 선언한 것. 만성적인 국제수지를 메우기 위해 달러화를 찍어내던 미국은 달러화 증가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금 부족을 견디다 못해 30년 가까이 유지된 브레튼우즈 체제를 종식시킨 것이다. 「닉슨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환율이 변동하는 변동환율체제 도입의 촉매 역할을 했다.
이후 국제 통화체제는 72년 환율 변동폭을 일정 수준으로 넓힌 스미소니언 체제를 거쳐 76년 변동환율체제를 공식도입한 킹스턴 체제로 넘어갔다. 영국이 확립한 「금본위」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고 「달러본위」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시장이 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변동환율제」가 환율체제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세계 교역 및 자본이동이 급증하고 국가간 금융시장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제 변동환율제도하의 통화가치는 하루가 무섭게 출렁이고 있다. 1839년부터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75년간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의 교환비율 변동폭은 1%를 채 넘기지 않았으나, 지금은 하루 변동폭이 이보다 큰 상황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가 아시아 및 남미의 외환위기를 야기하는 등 변동환율제의 부작용은 20세기 역사에 또하나의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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