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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과 선거, 그리고 한 표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기업들의 정기 주총이 한창 열리고 있다. 주총은 소액주주가 그나마 대접(?)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場)이다. 흔히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말하지만 소액주주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회사와 결탁한 총회꾼이 의례적으로 호통을 한차례 치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회사측의 인사말이 뒤따르기만 하면 주총은 일사천리로 끝나게 마련이다. 다만 올해는 비자금 사건이나 경영권 분쟁 등 숱한 이슈가 도사리고 있어 기업마다 주총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거는가 하면 연예인 초청, 음악회 개최 등 주주들의 입맛 맞추기에 열심이다. 심지어 주총 당일에 주주들을 감동시키겠다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 중인 업체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 표가 아쉽다며 주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아내는 모습도 보인다. 주주로서의 권위를 모처럼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총이 별 말썽 없이 마무리되고 나면 기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몰수하게 마련이다. 주주가 회계장부까지 열람할 수 있다지만 평상시에는 기업 문턱을 밟기도 쉽지 않다. 경영진들은 잠시 묻어뒀던 `너도 주주냐`는 생각을 되살리면서 `나의 기업`을 운영하느라 바쁘다. 주총과 마찬가지로 다음달로 예정된 선거도 정치판의 최대 관심거리다. 항상 그래왔듯이 총선이 있을 때면 정치인들은 한 표를 의식해 머리를 한껏 숙이고 유권자 모시기에 열성이다. 작금의 탄핵정국도 다름 아닌 표를 하나라도 더 끌어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갖가지 화려한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 역시 한 표가 아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상 보아왔듯이 선거만 끝나면 당선사례라는 벽보만 보기 흉하게 붙어 있을 뿐 다시 평상으로 돌아간다. 의원들은 보다 큰 정치그림을 짜느라 바쁘다며 유권자들을 나 몰라라 하기 일쑤다. 기업과 정치가 여러모로 닮은 꼴이라는 점은 새삼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 표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두고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주주들은 회사의 주인이라는 말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주총 이후에도 기업과 경영진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선거 때면 철새처럼 떠도는 정치인을 선택하지 말고 자신의 한 표가 정치발전에 기여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정상범 <정보과학부 차장>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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