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 맞는 외교안보 라인=지난 3일 국정원이 장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제기한 후 외교 안보 라인은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성택 관련 실각 내용을 국정원이 발표한다는 것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전날 국회 외통위 간담회에 출석해 "여러 관계기관들의 논의를 통해 이 정보를 정보당국(국정원)이 발표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국방부와 통일부 및 국정원 간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김 장관은 장성택의 소재에 대해서는 "군사적 감시체계를 가지고는 (파악이) 안 된다"고 밝혀 전날 류 장관이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상충되는 말을 했다.
김 장관은 전날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지전은 물론 전면전까지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이날 "현재 특별한 북한의 군사도발 징후가 없다"며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장관은 "현재 북한의 전원동원태세 명령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불안정 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던 국회 정보위 현안보고는 야당 측의 요구로 하루 연기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위 현안보고에서 장성택의 신변과 북한 권력지형 등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었다.
◇북 권력 김정은 친위 소장파 중심 재편=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 권력지형은 소장파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김씨 일가 중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26)의 부상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 전까지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과 치열한 후계경쟁을 벌인 탓에 형제들의 부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현재 국방위 과장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는 올케인 리설주와 공식석상에 함께 등장하는 등 김정은과 우애가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파벌을 형성하는 세력을 경계해오던 모습을 감안하면 혈족이자 여성인 김여정을 통해 친위세력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적 경험이 적어 장성택과 같은 영향력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씨 일가의 큰 어른인 김경희 당 비서는 남편의 실각과 이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은 현재 별다른 공식 직함 없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김정은 체제가 지속되는 한 공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견제할 신진세력의 부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김정은의 공식행사를 수행한 인물 중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박태성·홍영칠 부부장 등이 핵심으로 손꼽힌다. 이중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장성택의 반당혐의 적발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이 공안정국을 유지할 경우 최룡해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할 세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광상은 당 자금과 재산을 관리하는 핵심부서인 재정경리부의 수장으로 올해 김정은의 각종 경제현장 시찰을 수행해왔다. 당 중앙위 부부장인 박태성은 올 초부터 9월까지 김정은을 수행한 횟수가 46회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112회)과 장성택(49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기계공업부 소속으로 알려진 홍영칠의 경우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인 올 2월부터 김정은 수행자로 종종 등장, 군부대 시찰 등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김정일 세대부터 일해왔던 북한 원로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김정은이 지난해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장성택까지 실각시킨 것은 그만큼 확고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다만 최룡해를 잘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권 불안정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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