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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사이트] <5>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

10년째 300억 OEM매출 '쿠쿠' 브랜드로 4000억 만들었죠<br>환란으로 경쟁사 움츠리던 시절 TV광고 등 공격마케팅 적중<br>1년만에 밥솥시장 1위로 껑충… 협력사와 수평적 협업도 성장 비결

구본학

"제품은 팔리지 않는데 그렇다고 직원들을 내보낼 수 없어 공장을 계속 돌렸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지난 1997년말. 쿠쿠전자의 전신인 성광전자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소매경기는 폭삭 가라앉아 나날이 재고만 쌓여갔다. 주문자부착상표생산(OEM)을 하다 보니 10년 가까이 매출액이 300억원대에 머무를 정도로 이미 성장은 정체된 상태였다.

외환위기 여파는 날이 갈수록 기업들을 뿌리째 흔들었다. OEM으로 밥솥을 전량 납품받던 모 대기업이 내수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주문량을 크게 줄이자 성광전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극한상황까지 내몰렸다.

OEM기업의 한계를 절감하는 나날이었다고 구본학(43) 쿠쿠전자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구자신 회장(72)은 구 대표를 불러 전자부품업체를 인수해 사업전환을 하자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편이라는 말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OEM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던 구 대표는 부친의 인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언제까지 납품업체로 원청업체의 입김에 휘둘려 살 거냐"는 주장이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회계사로 일하던 자신이 고집을 꺾고 가업승계를 한다며 귀국한 마당에 본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고 읍소했다.

현재 밥솥 시장점유율 70%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쿠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98년 4월 이렇게 구 대표는 독자 브랜드의 길을 택했다. 18일 서울 논현동 쿠쿠전자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구 대표는 "OEM에 의존해서 살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했고, 당시 성광전자가 브랜드는 없지만 물건은 잘 만든다는 시장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당시 밥솥 시장은 일본 조지루시(象印)의 '코끼리밥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7~8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었다. 초기 3~4개월은 시장반응도 미적지근했다. 실적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구 대표는 굴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5억원을 들여 TV광고를 진행한 것. 경쟁사들은 생존을 위해 움추리던 시점이었다. 과감한 베팅은 성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면서 매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1999년 매출 목표를 30% 이상 신장한 405억원으로 세우고 공격 마케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미 확보해놓은 기술력에 브랜드를 붙이자 시장의 신뢰는 한층 높아졌다. 드디어 1999년 7월 밥솥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당시 내놓은 압력밥솥이 히트상품이 됐다. 그는 "압력밥솥에 대해 잠재불만이 많았는데 쿠쿠 제품은 상인들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구 대표는 이때부터 어렵게 쌓아 올린 브랜드이미지를 관리하는데 힘썼다. 제품의 문제점을 분석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광고, 홍보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협업도 십분 활용했다. 그는 "직원들간 혹은 협력회사와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바꾸는 것을 추구했고, 전문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든 모셔왔다"면서 "우리 조직은 다른 곳에서부터 배워오는 학습능력이 굉장히 빨라 경쟁력을 배가시켰다"고 노하우를 소개했다. 현재 정수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업계 2위까지 올라선 비결도 이 같은 협력회사, 각계 전문가와 협력하는 생태계가 바탕이 됐다.

독자브랜드로 독립선언을 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생활가전업계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데 대해 구 대표는 "한 우물을 열심히 파고 제가 하는 일을 잘 하면 회사 운 때와 맞는 시대가 온다"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돈을 좇는 사업가는 의지와 노력으로 찾아온 찬스를 살리는 사업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구 대표는 "지금은 홈쇼핑과 온라인 등 상품만 좋으면 소비자한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신규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많다"며 "뜨는 건 가능한 데 갑자기 사라지기도 쉬워 얼마나 오래 지켜내고 생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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