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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이상무 만화가
입력2003-04-20 00:00:00
수정
2003.04.20 00:00:00
김진영 기자
언제부턴가 골프를 할 때 동반자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흠을 찾으려는 것은 결코 아니고 다만 세상만사가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행동이나 캐릭터를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는 직업 상 생긴 습관인 듯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생생한 라운드 에피소드를 차곡차곡 기억 속에 정리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린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한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윤 사장.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고루 박식다재한 분이다. 모 골프장의 클럽챔피언에 오르기도 했을 만큼 골프 실력 또한 일품이다. 그런 윤 사장의 골프 철칙 하나는 `내기 골프를 절대 하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내기를 싫어하는 성격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바둑ㆍ카드ㆍ고스톱 등에서는 흥미를 위해 예외 없이 조금씩 내깃돈을 걸면서 유독 골프에서만은 `노 생큐`인 것이다. 그가 어느날 털어놓은 비밀은 이러했다. “고스톱이나 카드 해서 돈 잃으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고 바둑에서 지면 머리가 나쁘다 치고 넘어가면 되지만 골프에서 돈 잃으면 운도 없고 `몸치`에다 머리도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자학을 왜 한단 말인가.”
자영업을 하는 이씨 성의 한 친구. 평소 실수도 하고 약간은 덤벙거리는 면이 매력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런데 골프채만 잡았다 하면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컴퓨터로 돌변한다. 그린에 오르면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고 홀 주변까지 면밀히 체크하는 폼이 영락없는 프로다. 급기야 타이거 우즈처럼 모자챙을 양손으로 가리면서 라인을 살피는데 프로선수 이상으로 시간을 끈다. 한참 라인을 읽던 그의 한 마디에 동반자들은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언니, 그런데 어디가 높지?”
골프는 사람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순수하면서도 밉지 않은 이면의 모습을 자연스레 알게 해주는 골프를 그래서 나는 더욱 사랑한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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