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금융감독원 출신들로 채워질까. 잇단 국민은행 비리ㆍ부실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허술한 감사시스템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감사 자리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대거 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금감원 재직자가 곧바로 금융사로 가는 일은 어렵지만 '올드보이(OB)'들이나 유관 협회의 연쇄 인사를 통한 길은 열려 있다.
특히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은행 사태를 놓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감사 및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 거시감독국 국장 출신인 박동순 감사의 임기가 내년 3월23일 만료된다.
박 감사 임기 만료를 전후로 은행권에서는 감사자리가 쏟아진다. 김종건 한국씨티은행 감사도 내년 3월31일까지가 임기다. 그는 금감원에서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지냈다. 금감원 국장출신으로 농협은행 감사로 있는 이용찬씨도 내년 3월1일까지만 일을 한다.
금감원에서 기획조정국장을 했던 정민주 부산은행 감사는 내년 3월25일, 금감원에서 베이징사무소장을 역임했던 정창모 대구은행 감사는 내년 3월18일이 임기만료다.
감사원 출신도 있다. 감사원에서 제2사무차장을 지낸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도 내년 정기 주총까지 근무한다. 역시 감사원에서 공직감찰본부장을 지낸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도 내년 정기 주총이 임기다.
은행 감사는 임원의 대우에 급여도 쏠쏠하다.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많게는 4억~5억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누가 은행 감사로 갈지가 관심사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 사고가 많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과 달리 은행은 감사가 할 일이 적다"며 "노후생활을 보장받는 자리"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최근 국민은행 등 은행권 사고가 이어지면서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로 가는 것은 예전보다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성 차원에서 놓고 보면 금감원만한 곳이 많지 않지만 눈에 띄는 낙하산 인사는 부담일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관행적으로 감사로 가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라며 "예전처럼 감사가 대우만 받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공백을 감사원이 치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 최근 들어 다소 잦아들기는 했지만 금감원 감사가 바로 나가지 못하자 감사원 출신들이 득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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