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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사협 김영수 회장(인터뷰)
입력1997-07-01 00:00:00
수정
1997.07.01 00:00:00
◎설계분야,건설업체 하청사 전락 우려/품질보다 시공 위주 설계 치중 불보듯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 경제규제개혁위원회가 「건설업체의 부분적인 건축설계 허용」방침으로 건축계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건축설계분야가 자본력이 막대한 건설업계에 흡수돼버리거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엄청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업계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이번 건축설계분야의 규제개혁 조처가 현행 건축설계의 몰락이나 시공분야로의 흡수통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영수 회장을 만나 이번 공정위 조처에 대한 건축계의 반응과 향후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핵심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의 운용체계는 설계와 시공분야가 각각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상호보완·견제 체제로 운용돼 왔습니다. 건축설계분야는 건축사가, 시공분야는 건설업체가 맡는 분담체제였죠.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고 프로세스(절차)산업입니다.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요. 이 각각의 영역이 서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협력체계를 잘 유지해야 부실이 사라지고 품질좋은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의 조처로 이같은 틀이 깨지는 것입니다.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지요.
시공업체가 설계를 할 경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앞서 언급했듯이 건설산업에서 생산되는 모든 구조물들은 설계자가 여러가지의 주변환경과 사용자의 여건을 고려해서 디자인(설계)을 하면, 건설업체는 이를 받아서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 성실하게 시공해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건설업체가 설계까지 하게되면 건축물이 존재해야할 근본 목적에 치중하기 보다는 「시공의 용이성」이나 「경제성」에 가치를 두고 설계를 하게 되지요. 이렇게 되면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건축사는 어디에 있든 설계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핏들으면 타당한 논리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건설업체에 소속된 건축사들의 경우 본래 건축설계를 위한 것이 아니고 건설업체가 시공업무에 필요한 보조기능을 위해 고용한 것입니다.
만에하나 건축설계를 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직접 건축가로서의 소신과 사명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건설업체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정위가 허용한 턴키발주 건축물과 건설업체 자체발주 건축물일 경우는 건설업체가 설계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많은데….
▲건축설계를 설계전문업체가 맡아야한다는 논리는 특정 건축물의 발주자가 누구인가와 발주방식, 건축물의 소유형태와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공정위는 건설업체가 직접 지어서 파는 건축물과 공공기관이 특정발주(턴키)방식으로 짓는 건축물은 건설회사가 설계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건축물은 소유주가 누구든지간에 이미 사회적 공익재산입니다. 따라서 설계·시공이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협조와 견제장치를 통해 생산돼야 부실이 사라집니다.
이번 조처에 대한 건축계의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공정위에서 건축설계라는 전문서비스영역을 진입규제사안으로 다룬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변호사만 변호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는 변호사업역도 같은 상황아닙니까. 선진외국도 우리처럼 설계와 시공이 서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전해갈 뿐이지, 건설산업 전체를 시공분야인 건설업 위주로 통폐합하지는 않습니다.
건축계 전체의 공론화 과정도 안거치고 건축설계라는 문화적 특수성도 완전히 무시한채 비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안건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 철회를 관철할 방침입니다.<박영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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