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이자 내년 총선(4월)과 대선(12월)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파동과 물가 급등으로 민심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효율만 중시하는 청와대를 따르다가는 "선거에서 심판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에 팽배해 있다.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류 때문이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 등 일부에서는 '당ㆍ정ㆍ청은 운명공동체'라고 반발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50%대 대통령 지지율 "믿을 수 없다"=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 넘게 나오는데 상당히 허수가 끼어 있다고 본다"고 단정했다. 휴대폰 여론조사 없이 집과 상가에만 전화를 걸어 8~9통 중 1통이 응답해 그 중 절반 조금 넘게 지지하고 절반 가까이가 반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더욱이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집권 초 촛불사태에서 정 후보자 인사파동에 이르기까지 민심보다는 효율을 앞세우는 청와대만 일방적으로 뒷받침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수도권의 또 다른 의원은 "쇠고기 파동 때도 '고소영' 내각 등 불만이 팽배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어라'는 식으로 접근해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에 임명하는 등 청와대는 최고경영자(CEO)식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장개혁파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사실 선거가 1년 정도 앞으로 다가왔지 않나. 그러니까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민심이 나빠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니까 그렇게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집권4년차 당청갈등 불가피, 당내 갈등도=안 대표가 11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협조하겠다"면서도 당 우위 관계설정 의지를 고수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하반기께 사퇴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안 대표의 리더십 확대 과정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당 주도 관계에 대한 목소리는 당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날 "당이 주도권을 잡는 모양으로 결정해 (자진 사퇴 촉구를) 발표한 것이 오히려 청와대의 부담을 덜고 당청이 '윈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박근혜 대세론'이 확대될수록 친이계 내부의 결속력도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일부밖에 행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점차 '미래 권력'에 줄을 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미 일부 중립 성향 의원들과 친이계 의원들 중에서는 '월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레임덕,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당청 모두에게 손해=이 대통령이 50%대 지지율을 내세워 "레임덕은 없다"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레임덕은 올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민간인 사찰 등 민감한 정보가 야당으로 일부 전달되기 시작하고 소위 '함바게이트'등 권력 주변의 스캔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이미 레임덕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더욱이 권력 말로 갈수록 권력형 비리가 돌출하고 인사파동이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큰 점도 여권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안 대표)" "당정청은 운명공동체(김무성 원내대표)"라는 다짐처럼 레임덕이 올 경우 당청이 모두 손해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당청 간 불협화음 체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대선정국이 본격화될 경우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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