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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금융권 옥죄기에 신음하는 건설업계

PF폭탄 돌리기·도 넘은 담보에 "금융 살리고 건설 죽이는 꼴"<br>무리한 지급보증 요구등 금융권 관행이 근본 문제<br>PF 사업실패 책임은 시행·시공사만 떠안아

지난 12일 대출 만기연장 협상 도중 전격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의 서울 남창동 본사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13일 대주단과 대출 만기연장 여부를 놓고 재협상에 들어갔다. /이호재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오. 말이 그럴듯하죠. 따지고 보면 개인대출에도 없는 '담보부 신용대출'입니다." 감독당국과 금융권에 쌓여 있던 건설업체들의 불만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2일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부도 공포가 현실화되자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들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 "금융권 살리자고 건설업계 다 죽이자는 건가요." "건설업체 손발 다 묶어놓고 회생을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 되죠." 중견 건설업체들이 PF대출 만기연장 불발로 잇따라 쓰러지면서 금융권의 무리한 담보 및 지급보증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PF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시행ㆍ시공을 맡은 건설업계가 지는 것이 관행화됐지만 현재 PF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금융권이 남의 탓만 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건설업계에서는 "무리한 PF 폭탄 돌리기의 끝은 결국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놓인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금융권 담보ㆍ지급보증 요구 도를 넘었다=금융권은 1998년, 2008년 두 차례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게 된다. 이후 리스크가 있는 사업은 가급적 피하되 수익이 보장되는 곳에서는 대출자에게 담보 및 지급보증을 관행처럼 요구하고 있다. PF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PF시장에서의 담보 및 지급보증 요구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개인 간 대출에서도 거의 사라진 지급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삼부토건 역시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에 대한 보증 문제로 대주단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무리한 담보 및 보증만 요구하지 않았어도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A은행의 경우 건설사가 망하든 말든 채권만 회수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건설업체 사이에서는 그 은행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젓는다"고 말했다. ◇사업 실패 책임지지 않는 금융권=현재 PF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있다. 시장 호황기에 벌여놓은 PF사업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된서리를 맞으면서 잇따라 엎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시행사와 시공사가 지고 있다. 금융권은 대출만기연장 불가, 자금회수 등의 방법으로 건설업계를 옥죄며 출구전략을 쓰고 있다. PF사업의 재무적투자자(FI)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감독당국의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강화 조치는 건설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금융권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리스크 관리에 건설사만 죽어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의 여신심사도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신규수주 감소에다 기존 PF사업의 부실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대형업체 주택영업담당 임원은 "최근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하려면 원금 일부를 갚으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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