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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주민번호 관리 구멍
입력2003-09-03 00:00:00
수정
2003.09.03 00:00:00
조의준 기자
두 사람이 한 주민번호를 사용하거나 한 사람이 두 개의 주민번호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수도 없고 그 내용도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전자결제가 확산돼 `본인인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번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60만명의 잠재적 `유령고객`들은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수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신용거래는 본인확인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주민번호를 신뢰할 수 없다면 휴대폰이나 금융거래, 인터넷 이용 등 생활 전반에 혼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번호를 복수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를 악용, 본인의 경제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받거나 폐기된 주민번호로 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활용하는 등 이중 금융거래를 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민등록번호 이상자` 왜 생기나=두 사람이 한 주민등록번호를 갖게 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행정전상망의 낙후성 때문이다. 현재 행자부는 주민등록번호를 국가 전산망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지만 이 시스템은 지난 95년 개통된 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아 과거 손으로 번호를 쓰는 시스템과 별 차이가 없다. 개인의 주민등록번호가 전산망을 통해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동사무소 공무원이 직접 공식에 따라 만들기 때문이다. 또 공무원의 실수로 두 사람에게 한 번호를 부여한다고 해도 행자부 전산망에는 같은 번호가 등록됐다는 경고표시를 해주는 기능이 없다. 더욱이 주민등록번호는 읍ㆍ면ㆍ동에서 자체관리하기 때문에 중복발급이 됐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주민번호가 중복번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 사람이 두 개의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름을 바꾸거나 생년월일이 바뀔 경우 관련법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도록 돼 있다. 그러나 주민번호가 바뀐 고객들이 이를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기관 등에 알려줄 의무도 없고, 금융기관들도 이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예전 주민번호와 새로운 주민번호로 이중 금융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이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엉키면서 해당자들의 금융거래는 물론 금융기관의 각종 업무에도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하나의 주민번호를 쓰고 있는 경우 본인인증이 필요한 인터넷 이용이나 전자상거래 등이 불가능하다. 또 주민번호가 같은 두 사람의 예금액을 합해 일정 한도를 넘을 경우 예금 비과세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 번만 가입할 수 있는 각종 비과세 예ㆍ적금을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도 입게 된다. 은행의 신용평가에도 문제가 생기며 휴대폰 가입이나 신용카드 거래 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반면 한 사람이 두 개의 주민번호를 가지고 있는 경우 두 번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각종 혜택을 중복해서 누릴 수 있다. 또 한 쪽에서 연체를 하더라도 다른 한 쪽의 주민번호로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등 각종 탈법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대책은 없나=행정착오로 인한 주민등록번호 중복발급의 문제는 낙후된 전산시스템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행자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산기기 교체를 위한 예산을 기획예산처에 신청했으나 예산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나마도 9ㆍ11테러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에야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백업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올 추석에도 혹시 모를 전산망 다운에 대비해 4,000여명의 전국 전산인력들이 정상근무를 한다”며 “현재의 낙후된 시스템을 대규모 인력투입으로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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