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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10일] 하드리아누스


118년 가을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세금체납 파피루스 문서를 불태웠다. 시민의 환호성 속에 날아간 미납세금은 7억 세스테르티우스. 로마의 연간 재정수입의 두 배가 넘는 규모였다. 파격적인 탕감은 인기정책의 일환. 등극 1년을 맞은 신임 황제로서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깜짝 쇼를 벌였다. 당연히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뒤따랐다. 세금을 안 내고 버티자는 풍토가 일자 황제는 징세 시스템 강화로 맞섰다. 30~40년마다 실시되던 부동산 조사를 15년 간격으로 줄여 세원 포착의 정확도를 높이고 세금징수대리회사를 없앤 것. 로마판 세정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정책도 과감하게 펼쳐나갔다. 빈곤가정에 자녀양육비, 모자(母子)가정에 생활비를 지원하고 중소농민ㆍ수공업자에게는 장기저리 융자를 베풀었다. 세금을 탕감하고 복지예산을 늘렸음에도 재정은 오히려 좋아졌다. 제국팽창정책 대신 평화를 택한 덕분이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경계선이던 하드리아누스 장벽도 더 이상의 정복을 포기한 이 시대에 건설된 것이다. 솔선수범한 황제로도 유명하다. 속주를 순방할 때면 병사들과 같은 막사에서 잠자고 한솥밥을 먹었다. 40㎏이 넘는 군장을 지고 병사들과 같이 훈련도 받았다. 광산에 목욕시설을 설치해 광부들의 감동을 자아낸 대목은 경영서에 소개될 만큼 빼어난 통치사례로 꼽힌다. ‘인류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드워드 기번스 ‘로마제국 흥망사’)’라는 로마 5현제 시대의 한복판을 장식한 하드리아누스지만 사망(138년 7월10일) 전에는 오점을 남겼다. 유대 반란을 진압한 뒤 예루살렘을 지도에서 지우고 유대인 추방령을 내린 것. 유대인 방랑(Diaspora)의 원인 제공자다. 중동분쟁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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