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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홍콩의 '묻지마 투자' 위험한 게임

1929년 대공황 직전 대형 투자가 조셉 케네디가 구두닦이 소년이 주가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모든 주식을 팔아 치웠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여유자금도 없이 주식을 투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주가가 하락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라고 주장했다.지난 23일 홍콩의 인터넷 업체 톰닷컴의 주식공모에 수만명이 몰려든 사건은 이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톰닷컴은 오는 3월1일 출범하는 홍콩의 제 2거래소인 「성장기업시장」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날 몰려든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톰닷컴의 사업계획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홍콩 최대재벌인 리카싱(李嘉姓)일가가 최대 주주라는 점과 이 회사가 인터넷 기업이라는 점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가 설립 2개월에 불과하며 사업실적이 거의 없는 톰닷컴 상장물량의 90%를 사들였다는 것은 도박의 성격이 짙다. 일부 전문가만이 지난 97년 5월의 「레드칩」 매입열풍을 지적하며 경고했을 뿐이다.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중국관련 기업 매입열풍이 불어닥치며 한때 주가가 124%나 올랐던 레드칩 기업들은 이듬해 86% 폭락했었다. 물론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든든한 대주주와 매수열풍에 힘입어 톰닷컴 주주들은 큰 이익을 볼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톰닷컴의 기업공개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보통 벤처기업들은 기업공개에 앞서 2~3 차례 벤처 자본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다. 벤처 자본가들이 기업내용을 평가하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톰닷컴이 실패할 경우 모든 피해는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톰닷컴의 사례에서 보듯 홍콩의 신흥거래소는 아시아의 다른 제 2시장처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주식투자붐을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주식투자 규범의 붕괴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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