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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가 마지막 희생자이길…"
입력2003-05-02 00:00:00
수정
2003.05.02 00:00:00
“그렇게 새 집에 오고 싶어하더니 경찰에 붙들려서야 집 근처로 왔구나.”
30일 서울 장안동 서울경찰청 대공분실로 붙잡혀온 한총련 수배자 박제민(25ㆍ2000년 경기대 총학생회장)씨의 수척한 얼굴을 마주한 아버지 박환양(55)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씨는 아들이 지난달 30일 학교 정문앞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달려온 참이었다.
170여명의 한총련 수배학생들 부모 심정이 모두 매한가지겠지만 박씨의 근심은 남다르다. 어릴 적부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을 상실해가는 고도근시증세를 앓고 있는 아들은 5년간의 수배생활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안경을 쓰고도 사람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학생회관에서 잠자다 떨어져 오른쪽 다리에 철심을 박아야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고, 다리를 절다보니 허리디스크까지 얻는 등 5년전 90㎏가 넘었던 건장한 아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열흘 전 통화에서 “엄마! 법무부와 청와대가 수배자 문제해결을 긍정검토한다니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가 해주는 밥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들 뜬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울 장안평의 아들방을 예쁜 벽지로 도배했던 어머니 김성옥(47)씨는 철창에 갇힌 아들을 면회하고 나오며 끝내 혼절하고 말았다.
면회 전 “우리 애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할텐데…그리고 우리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할텐데…”라고 마음을 다 잡았었지만 소용없었다.
“검거는 법에 따른 절차라 하더라도 체포과정에서의 몸싸움으로 안경이 부서지며 얼굴을 다친 아들이 병원치료라도 받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박씨는 “총학생회장 출신답게 의연하게 행동하라”고 철장 안쪽의 아들을 격려했지만 “우리는 법법행위자를 잡는 직분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경찰의 `원칙적`인 답변에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김종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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