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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호텔 뷔페식당에서 한복 입은 손님의 입장이 거부된 일이 있었죠. 왜 한복은 안 되나요?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웨딩드레스 역시 한복이 안 된다는 법은 없지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결혼 예복도 한국적인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의상 디자이너 목은정(40ㆍ사진) 제니퍼웨딩 대표는 꿈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학파 출신 디자이너로 서울 청담동에서 12년째 웨딩업체를 경영해온 목 대표는 수입 드레스 가격과 선호도는 계속 올라가는 반면 한복은 외면당하고 한복 디자이너는 폄하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지난 2008년 돌연 이 같은 결심으로 한복 디자인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한복 업체를 찾아갔고 진주상단의 이종순 원장이 유일하게 그를 받아줬다. 목 원장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시작해 마침내 한복을 이용한 드레스 제작에 성공했다. 23일 서울 여의도동 마리나요트&클럽에서 열린 '2011 미스아시아퍼시픽 월드선발대회'는 그 결과물을 처음 세상에 선보인 자리였다. 한복 원단으로 풍성함을 살린 드레스, 전통 한복의 깃ㆍ동정ㆍ금박장식을 그대로 살린 재킷형 미니원피스, 빨간 옷고름이 포인트로 눈길을 끄는 하얀 한복을 비롯해 우아한 곡선미를 강조한 의상에 뒤 댕기를 응용한 베일을 씌운 드레스는 여성미를 한껏 강조했다. 목 대표는 "서양식 풍성한 웨딩드레스는 폭 40인치 이상의 원단으로 만들지만 한복은 6폭으로 쪽을 내 만드는 옷인지라 폭이 22인치밖에 안 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좁은 원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지만 연구 끝에 스커트가 퍼지는 형태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흰색 한복을 상복(喪服)으로만 여기지만 여름용 모시한복도 흰색이다. 웨딩드레스의 흰색과 우리 한복의 백의(白衣)를 연결하되 자수와 금박ㆍ은박으로 장식을 더했다"면서 "한복 스타일의 변형 혹은 개량 한복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고름ㆍ깃ㆍ동정 등 정통 한복의 요소나 섶선ㆍ배래 같은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접목해 드레스를 제작할 뿐 아니라 재킷ㆍ원피스ㆍ블라우스 등 평상복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목 대표는 "중국에서 '상하이탕'이라는 중국풍 의류 브랜드가 뿌리내렸듯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면서 명품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복 웨딩드레스 홍보대사로 활약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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