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문화 개방, 충격 미미속 문화산업 성장기대

비록 몇가지 전제 조건이 깔려 있지만, `18세 이상 영화`와 가요 등을 포함해 일본 대중문화의 전면개방은 어떤 형태로든 국내 문화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가수 보아나 TV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에 오히려 한류 열풍이 일어나는 등 우리 대중문화의 경쟁력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그다지 걱정할만한 일만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4차 개방조치로 방송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를 뺀 일본대중문화가 내년 1월부터 완전 개방되면 지난 98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졌던 개방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문화관광부가 확정한 일본대중문화 4차 개방계획안은 그동안 보류됐던 `18세 이상 관람가` 및 `제한상영가` 영화와 일본어로 부른 가창음반, 게임기용 비디오 게임물을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방송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올 연말까지 관련업계와의 추가 논의를 거쳐 완전 개방할 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개방할 지 결정키로 해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 분야는 국민정서와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아 개방 폭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온 개방의지에 비춰볼 때 이들 분야도 어떤 식으로든 개방될 것으로 보여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대일 문화개방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문광부 문화정책과 이진식 사무관은 “한일문화교류정책 자문위원들은 우리 청소년들의 감성이 이미 성숙해 있어 TV오락과 쇼, 드라마 등 모든 일본대중문화를 완전 개방하더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자문했다”며 “하지만 방송은 영화처럼 사전심의를 할 수 없고 일본문화가 안방으로 곧바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개방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방 조치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일본대중문화 개방일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지금까지 대일 문화 개방을 통해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예를 들어 영화분야의 경우 개방초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영화의 국내시장점유율이 점차 둔화돼 98년 0.4, 99년 3.1%, 2000년 7.4%, 2001년 1.4%, 2002년 3.2%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영화의 일본수출은 99년 14편 187만 달러, 2000년 20편 527만 달러, 2001년 22편 597만달러, 2002년 19편 658만 달러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의 경우도 비디오게임기 수입허용으로 2002년 한국내 매출액이 1,562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9배 늘어났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큰 타격은 없으리란 전망이다. 음반 역시 인터넷을 통해 개방과는 상관없이 손쉽게 일본 오리지널 음반의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라 시장개방이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과 민간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일본대중문화 개방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연구결과 보고서에서도 개방이후 영화와 비디오, 음반, 방송부문은 시장잠식효과와 그 영향력이 미미했으며, 오히려 영화와 온라인게임, 방송드라마, 대중가수 등 한국대중문화의 일본진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문광부는 이번 추가개방을 계기로 2002년 기준 세계 10위권인 문화산업분야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성장원동력으로 삼아 2007년까지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아래 `문화산업진흥 중장기 비전`을 마련,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유통 현대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의 정책추진을 통해 문화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강동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