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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못 말리는 구리

제6보(101~127)


좌하귀에서 하변까지 펼쳐진 백진이 어딘지 엉성해 보인다. 그곳을 보강하지 않고 이창호는 딴전을 피우고 있다. 윤성현은 이창호의 그 태세를 유인작전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서봉수는 고개만 갸웃하고 있었는데…. 이창호가 8로 뛰자 서봉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 그 말이 정말인가봐. 일부러 허점을 보이면서 유인하는 게 맞아.” “왜 유인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지?”(필자) “어차피 모자라니까 한판 붙자 이거야.”(서봉수) “이창호가 싸움을 획책하다니 놀랍군.”(필자) “옛날의 이창호가 아니야. 요샌 싸움도 곧잘해.”(서봉수) “왜 그렇게 변했지?”(필자) “요샌 싸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요.”(윤성현) 사양하지 않고 구리는 즉시 뛰어들었다. 9로 하나 교두보를 만들어놓고 11로 침입. 이창호도 각오는 하고 있었겠지만 막상 이렇게 쳐들어오니 응수가 마땅치 않다. 제일감은 참고도1의 백1이지만 흑4까지 되고 보면 고단한 쪽은 백이다. 이 길은 선택할 수 없는 길이고…. 참고도2의 백1로 반대편에서 젖히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흑2로 마주젖히는 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 길 역시 흑이 선택할 수 없는 길이고…. 이창호는 12로 올라서는 길을 선택했다. 구리는 또 무식무쌍하게 백대마를 다 잡겠다고 나섰다. “못 말리는 녀석이야.”(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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