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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골치아픈 상대와 공존하고 이기려면…

■ 하버드 협상의 기술 (로버트 누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의 헝가리에서 유대인을 이끌었던 루돌프 카스트너는 나치 친위대의 아이히만 연대장을 비롯한 나치라는 '악마'와 협상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의 협상 덕분에 일부 유대인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카스트너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주요 각료들과 회의를 한 뒤 히틀러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언했다. 주특기인 전시 연설에서 처칠은 영국이 끝까지 '악마(히틀러를 포함한 나치)'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칠은 마지막까지 협상을 거부한 끝에 결국 영웅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인 저자는 골치 아픈 상황에 빠뜨리는 상대를 '악마'라고 규정하고 수많은 분쟁을 해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악마와 공존하는 현명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9ㆍ11 테러다. 2001년 가을 테러 발발 후 한 달이 채 안 됐을 때 부시 전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하버드 대학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당시 상대편 테이블에서 토론을 벌인 로저 피셔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저자는 협상 카드를 뽑을 경우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큰 만큼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협상을 거부했으며 얼마 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나서야 미국의 응징은 끝이 났다. 저자는 9ㆍ11 테러를 계기로 폭력의 시대에 협상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그리고 간첩 혐의로 러시아 비밀경찰 KGB에 체포된 나탄 샤란스키의 KGB와의 협상,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투옥됐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인종차별정책을 벌인 정부와 벌였던 협상, 특허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던 IBM과 후지츠간의 협상 등 8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 다양한 분쟁 해결 방법을 소개한다. 그가 언급한 사례에는 모두 '악마'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세계를 흔드는 거대한 사건 속에도, 회사에도, 심지어 집 안에도 악마는 존재한다"며 "결국 우리는 악마와 싸워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고 심지어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악마를 다루는 하버드식 협상술로 ▦얻고자 하는 것과 잃게 될 것을 체계적으로 비교하라 ▦혼자 분석하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라 ▦예측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정의 때문에 실용적인 판단을 무시해선 안 된다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분쟁 당사자로 하여금 당장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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