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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中관료들의 '미국 배우기'
입력2005-08-30 17:01:08
수정
2005.08.30 17:01:08
고진갑 베이징특파원
중국의 ‘미국 배우기’ 열정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미국 본토로 넘어가 현장위주의 교육과정을 밟는 관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영어는 물론 미국식 화법ㆍ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중국 개혁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한다.
‘미국 배우기’는 중앙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DRC)는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 공공정책대학원과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의 협조를 얻어 ‘중국 지도자발전 프로그램’이라는 연수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시킬 인원만 앞으로 5년간 300명에 달한다.
지방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성(省) 정부와 베이징(北京)ㆍ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시(市) 정부는 물론 중소 도시에서도 젊은 간부들을 뽑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 근교의 메릴랜드대학 등에서 공부를 하며 미 정부기관과 산업시설 등을 견학한다.
특기할 점은 이런 ‘미국 배우기’가 단기간의 유행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장기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당ㆍ정ㆍ군 지도부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고급 간부를 양성하는 데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시장급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의 사고가 바뀔 때까지 계속하겠다”며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채찍을 가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ㆍ일본ㆍ싱가포르의 발전모델을 배워온 중국 관료들이 왜 미국으로 가는 걸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중국 고위 관리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배울 것은 발전과정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진수를 아는 것이고 이 때문에 시장경제의 심장부인 미국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주변국가에서는 배울 것이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심쩍어 “당분간은 한국에서 배울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에 연연하는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는 이어 “현재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다면 어려웠던 과거도 아름다운 법”이라며 “한국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최근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잘못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운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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