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 64년 만에 전면적인 수술을 앞두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에 따라 출범한 IMF는 전후 국제 금융질서 재건하는데 일조해 왔지만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IMF의 운영자금이 2,000억달러에 그쳐 현재 진행되는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달러기근을 해갈시킬 여력이 너무 제한적이란 점도 전면 수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IMF가 최근의 금융위기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자 곳곳에서 개편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IMF 재편 논의는 유럽연합(EU)에서 시작됐다. 아시아 등 신흥시장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은행 국유화 해법을 제시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IMF 시스템은 21세기 경제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신(新) 브레튼우즈'체제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에"IMF가 전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총재 역시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강화 차원이라면 신 브레튼우즈 체제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IMF는 세계은행(WB)와 함께 브레튼우즈 체제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신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IMF의 기능 및 시스템 개편에 관한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출범했던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가 출범 47년 만인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로 탈바꿈하며 자유무역 확대에 기여한 점에 고려하면 IMF의 개편 논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음달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G20(선진 및 신흥 20개국) 정상회담'은 IMF의 운명을 시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전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지만 금융시스템 수술 같은 보다 근본적인 처방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 개편방안으로 유력한 것 중 하나가'슈퍼IMF'구상이다. 기존 IMF를 확대해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힘을 얻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IMF의 기능을 지금보다 더 확대시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포괄적인 감시권 외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까지 감시하고 나아가 벌금이나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해 이를 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방안에는 프랑스, 영국 등 EU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면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부분적인 보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IMF가 국제 금융시장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기엔 기금 규모가 적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IMF가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2,000억 달러이고 여기에 추가로 500억 달러를 융통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5개 IMF회원국은 원칙적으로 '1국가 1표'를 행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IMF의 지배구조가 유엔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IMF에 대한 분담금 규모는 미국이 371억 달러로 전체의 17.1%를 차지한다. 이어 일본 6.13%(133억달러), 독일 6.0%(130억 달러), 프랑스 4.9%(107억 달러), 영국 4.9%(107억 달러), 중국 3.72%(81억달러) 등이며 나머지 유럽 국가가 23.6%를 분담한다. 반면 회원국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는 6.4%, 중남미 국가는 6.4%, 한국은 1.35%(29억달러)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이 전체의 62%를 차지하다 보니 역대 IMF총재는 벨기에,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모두 유럽 일색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현 총재 역시 프랑스 출신이다. 몇 차례 조정이 있었지만 분담금은 각국의 경제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남미가 급성장하면서 경제력이 커진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IMF가 '슈퍼 IMF'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IMF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손안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흥국에 선선히 자기 몫을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자유시장과 자유기업, 자유무역이라는 자본 주의의 근간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오는 11월 4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고 이 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본부에서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을 부시 대통령이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0년간 미국 중심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금융시장이 초유의 위기를 계기로 다극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발생할 것이란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EU와 미국의 논의와는 별도로 유엔도 IMF를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스템 개편을 연구할 태스크포스(FT)를 만들었다. TF를 이끌 인물로는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선정됐다. 미구엘 데스코토 브로크만 유엔총회 의장은 "세계적 경제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될 TF가 향후 회원국들이 취해야 할 공조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것이 태스크포스의 주된 임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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