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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0월 22일] 미국발 충격, 안전벨트는 맸나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담당 차관보는 한국 경제의 9월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며 지난달 둘째주 뉴욕 월가를 찾아왔지만 공포에 빠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주소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귀국했다.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 한국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 불신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그의 호언장담은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한국 정부의 외평채 발행 계획은 쓰나미가 몰려오는 마당에 돛단배로 고기를 잡겠다고 덤벼든 꼴이 됐다. 신 차관보가 뉴욕을 방문한 그 다음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을 기폭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폭발했다. 물론 리먼이 파산하고 세계1위 보험 회사인 AIG가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게 될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외평채 발행 실패는 불가항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 정부가 세계 금융시장 흐름에 얼마나 눈감고 있었는지를 자인하는 형국이 됐다. 당시 월가가 미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던 때임을 굳이 논할 필요조차 없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주 말을 계기로 ‘금융위기(Financial Crisis)’라는 제목을 내렸다. 지난 9월8일 미국의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 계획이 발표된 이후 6주 동안 지면에 가득했던 패닉과 시스템위기ㆍ시장붕괴와 같은 극단적 표현도 사라졌다. 10일,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G7ㆍG20 회담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마련한 시장 안정대책의 약효가 나타나면서 최악의 위기국면은 일단 벗어났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는 지난 1년여간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해왔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미 실물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경고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제는 미래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코앞에 다가왔다. 금융위기가 그랬듯 실물경제 침체의 골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이 과거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발 부실사태와 관련, 적어도 9월 이전까지는 주식시장이 경험한 이상의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일부 국내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부실에 노출돼 손실을 입었지만 외평채를 월가에서 발행하겠다고 할 정도로 무풍지대에 가까웠다. 9~10월 한국 금융시장 역시 패닉을 경험했지만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확연히 드러난 이제서야 한국은 비로소 미국발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국은 이제부터 안전벨트를 더욱 단단히 매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어쩐지 미덥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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