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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의 경영미학] 족벌·학벌·군벌… '閥'의 굴레를 깨라

재벌기업에서는 유능한 사원을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다. 벤처를 지원하기도 하고 또 성과급을 대폭 강화하여 유능한 사원의 유출을 방지하려고 애쓴다.그러나 어쨌든 벤처기업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벤처기업 육성과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창업의 순기능도 있는 것 같다. 한편 강남의 그럴싸한 고급 술집에는 주 고객이 바뀌었다고 한다. 얼결에 큰돈 한몫 잡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의 열띤 무대가 되었다는 씁쓸한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과거 재벌놀음과 같다고 염려하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는 풍토는 긍정적이다. 기업의 구성 요소는 사람과 자본이 기본이다. 한국은 과거 자본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왜곡된 점이 있었다. 사람의 가치는 무시되고 자본의 중요성만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게다가 자본마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정경유착으로 금융특혜를 독점하고 사람은 도구화 했다. 소유와 경영이 동일시 되고 혈연으로 세습되고 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재벌, 족벌이 탄생됐다. 원래 '벌(閥)'자는 좋은 의미의 글자가 아니다. 족벌, 학벌, 군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다. 재벌, 족벌이 존재하다보니 기업 내에 자연히 '파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창업자 오너와 그의 아들 숫자만큼 임직원들도 패거리져서 생존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번영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다. 중립은 박쥐로 치부돼 모든 파벌로부터 배척 당하기 쉽다. 어느편에 붙어야 능력을 발휘할 기회라도 노릴 수 있다. 망한 재벌의 속내를 보면 오너 부자간, 오너 형제간의 파벌 싸움이 엄존했다. 지금 살아 있는 재벌도 이러한 암투에 초연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제왕자리를 세습받아 특권을 누리기 위해 암투를 벌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학연, 지연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한국에서는 정치에서만 지역병이 있는게 아니다. 대부분 오너 출신 지역에 따라 기업의 종업원들의 지역색이 결정된다. 경상도 출신 오너 밑에서 전라도 출신이 고위임원으로 출세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전라도 출신 오너 밑에서 타도 출신들이 배겨나기 힘들다. 2세, 3세로 소유와 함께 경영이 세습되면서 학벌도 중요 변수가 된다. 2세 오너가 K고등학교 출신이면 타교 출신보다 K고등학교 출신이 요직에 발탁되기가 훨씬 수월하다. 경영이 세습될 때마다 학연을 중심으로 대폭 물갈이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실 권력과 유착하는 창구도 학연과 학벌이 중요 매개체가 아닌가. 지금처럼 개방화, 국제화한 시대에 각종 '벌'에 농락당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쉽지 않다. 재벌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 근본원인이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조차 소모품처럼 처리되고 능력보다 '벌'에 따라 신상이 좌우되는 풍토. 더구나 자연인인 오너와 2세의 취향까지 맞추면서 생존해야 하는 월급쟁이들. 기업을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빚더미만 안겨주고 나라를 멍들게 하는 모든 '벌'을 극복해야 한다. /FILA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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