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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0월7일] <1209> 유토피아


1893년 10월7일 런던 사보이극장. 오페레타(Operettaㆍ경가극) ‘유토피아, 리미티드(Utopia, Limited)’의 막이 올랐다. 흥행은 성공을 거뒀다. 공연횟수 245회. 1872년 개관해 1910년 문을 닫은 사보이극장에서 1890년 이래 최장 공연기록이다. 인기의 바탕은 두 가지. 극작가가 대중판 오페라격인 오페레타를 퍼뜨린 설리번-길버트 콤비였던데다 신랄한 풍자극이었기 때문이다. 극의 무대는 태평양 남쪽에 있는 가상의 섬 유토피아.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국왕은 개화에 관심이 많다. 맏딸을 유학 보내고 외국의 현인(賢人)들을 초빙한 것도 섬의 문명화를 위해서다. 스파이를 포함한 6명의 외국인은 이 극의 부제인 ‘번영의 꽃(The Flowers of Progress)’으로 대우 받는다. 문명화 바람의 정점은 영국인 골드버리가 소개한 주식회사 제도. 동네 꼬마들이 회사를 세운다며 사업설명서를 들고 돌아다니자 국왕이 골드버리를 불러 물었다. ‘주식회사라는 것을 만들기만 하면 영국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골드버리는 ‘머지않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섬에서는 주식회사 찬가가 울렸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섬은 파탄에 빠지고 일부는 감옥에 갔다. ‘유토피아 리미티드’는 함의를 갖고 있다. ‘제한된 낙원’으로도, ‘유토피아 회사’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뜻이든 빅토리아시대가 풍자한 ‘유토피아’는 미국식 금융 시스템에 의해 망가진 오늘날 글로벌 경제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16세기에 성 토머스 모어는 그리스어 Ou(not)와 topos(place)를 합성해 비판적 공상소설 ‘유토피아’의 제목으로 삼았다. ‘어디에도 없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상향의 꿈은 가버리고 탐욕의 찌꺼기만 남은 허망스러운 유토피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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