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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내부 견제력이 갈수록 커진다
입력2003-08-04 00:00:00
수정
2003.08.04 00:00:00
한동수 기자
포스코는 최근 사내에 `기업윤리 상담센터`를 개설했다.
주 업무는 지난 6월 선포한 윤리규범 위반사항에 대한 제보를 받기위한 신고접수다. 두 달이 지난 현재 하루평균 10여건의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접수된 내용은 담당 임원에게 직보되고 감사실에 보고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윤리ㆍ정도경영에 나서고 있다. 직원들의 내부고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들은 포스코 뿐만이 아니다. 이미 신세계ㆍ코오롱ㆍ한국전력ㆍ기업은행 등 재계ㆍ금융계ㆍ공기업 구분없이 일반화되고 있다.
김경호 한국회계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선 직원들 스스로가 내부고발을 부끄러워해선 안된다”며 “내부고발은 동료직원을 수렁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의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감시자는 곳곳에 있다=최근 한국전력 직원들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그 동안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아이콘이 하나 생겼다. 다름아닌 사내 부조리를 사장에게 직보 할 수 있는 `핫라인`이다. 전 직원의 컴퓨터에 설치된 핫라인은 중간관리자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누구나 사내 부조리를 사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내 홈페이지를 통한 `내부고발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포스코는`기업윤리상담센터`운영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www.posco.co.kr)의`바로잡기신고센터`를 통해 사내 잘 못된 관행이나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홈페이지(www.shinsegae.com)의 윤리경영 사이트에 신고센터를 개설, 임직원은 물론 고객과 협력회사ㆍ소액주주ㆍ시민단체 등이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신고받고 있다.
코오롱도 지난 4월 전 직원으로부터 윤리경영 서약서를 제출받은 후 홈페이지(www.kolon.co.kr)에 사이버 윤리상담실을 개설, 사내 비리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도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직원들의 비리를 경영진에 직보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했다.
내부고발제를 시행 중인 기업들은 음해성 고발을 막기위해 제보는 실명을 원칙으로 하되 신고 활성화를 위해 제보자의 신분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견제로 조직내 부정 막는다=최근 기업들이 내부견제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기업경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조직내 부정행위` 이기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인 KPMG가 최근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 6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경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조직내 부정행위`라는 응답이 58.0%에 달했다. 투명경영시스템이 우리보다 발달된 외국기업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내부의 적(敵)`이라는 얘기다.
정태수 KPMG이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부정 유형도 전문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조직내 비리에 최고경영자가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중앙통제만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탐지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기업내 부정을 막기 위해선 비리를 발견한 사람이 인터넷이나 핫라인을 통해 비리를 공개할 수 있는 내부고발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리경영 확립위한 자정(自淨)운동 확산=코오롱이 최근 홈페이지를 통한 내부고발제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역기능보단 순기능이 더 많다`는 의견이 67.8%에 달했다.
이병준 코오롱 감사실 부장은“내부 고발제 시행 후 우려했던 직원들간 위화감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직원들이 윤리서약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등 순기능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정도(正道)경영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자정운동을 전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는 최근 `정도경영교육`을 임직원들의 필수 교육과정으로 신설하고 입사후 신임임원으로 승진될 때 까지 총 32회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LG의 정도경영교육은`미국 엔론의 회계부정`에서부터 `고향선배인 협력업체 사장으로부터 저녁식사를 제의받았을 때`등 과거 사례와 현재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태오 LG 부사장은“정도 경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계 제 1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앞으로 정도경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 내부 통제시스템을 확립해 정도경영에 반하는 모든 행위를 근절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美의 대표적 두기업 투명경영 여부 明暗
미국의 P&G와 엔론.
공통점은 각각 미국의 비누세제부문과 에너지부문의 선두업체였다는 것. 차이점은 166년동안 P&G는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엔론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P&G와 엔론이라는 미국의 거대기업의 운명이 180도로 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내부 견제를 통한 투명경영시스템이 가동된 P&G는 세계 제 1의 업체로 도약했고 내부견제력이 전무했던 엔론은 문을 닫았다.
◇P&G, 유리알 경영=P&G에는 편법이 통하질 않는다. 모든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PVP(Principle Value Purpose)`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P&G의 의사 결정과정은 독특하다. 담당자 →부서장→임원→사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은 다른기업과 마찬가지지만 사장이 결정해도 담당자나 중간단계에서 반대의견이 있으면 의사 결정은 유보된다.
이것이 166년 전통의 P&G가 연간 매출액 400억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단계별 의견이 존중되다 보니 최고경영층의 독단은 나타날 수가 없다.
지난 98년 P&G는 쌍용제지를 인수하고 `한국P&G`로 우리나라에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P&G의 한 관계자는“경영권이 바뀐 뒤 영수증이 없는 기밀비 관행이 없어졌다”며 “비밀리에 새는 자금을 대폭 줄이니까 흑자경영은 손쉽게 달성됐다”고 말한다.
◇엔론에도 윤리강령은 있었다=지난 2001년 분식회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에도 윤리강령과 실천지침, 윤리담당자가 있었다. 그러나 윤리시스템은 있으나 마나였고 정작 비(非)윤리적인 행동은 최고 경영자층에서 일어났다.
파산되기 전까지 엔론은 화려했다. 불과 15년만에 1,700%의 초고속 성장신화를 창조했고 지난 2000년에는 포춘지로부터 미국의 7대기업으로 선정된바 있다.
이 같은 성장뒤에는 최고경영자층과 회계법인인 아더앤더슨과의 합작품인 분식회계라는 `요술 방망이(?)`가 있었던 것이다.
엔론 사태는 기업의 윤리강령 선포나 실천 지침 등이 무의미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0년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한 후 갑자기 엔론을 떠난 벡스터 전 부회장은 엔론사건이 불거지자 자살한다. 내부적으로 비리를 감시하거나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던 엔론의 임원들은 벡스터 전부회장 처럼, 비밀을 알게된 후 회사를 떠났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된 것이다.
엔론에는 윤리강령만 있었지, 이를 감독할 내부 감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영업실적은 비밀이 아니다=대표적인 윤리경영 기업으로 꼽히는 존슨앤드존스의 경우 손익계산이나 재무제표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는 즉시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통보한다. 물론 공시를 통해 주주들도 같은 시각 이 회사의 재무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존슨앤드존스와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해외 주식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직원들이 회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다국적기업들의 공통된 경영방침인 것이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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