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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美·英 백화점 입점, 명품 도자기 자리매김"<br>금융위기가 우리에겐 기회, 日긴자 진출이 마지막 목표<br>혼이 담겨져야 좋은 도자기, 남이 못만드는 제품 만들것



"젊은 시절부터 꿈꿔왔던 도쿄 긴자(銀座) 진출이 저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도쿄와 런던ㆍ두바이 등 세계의 거점에 직매장을 열어 해외에서 인정받는 명품 도자기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김동수(73) 한국도자기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6년의 오랜 전통을 이어온 한국도자기의 비전이자 미래전략을 이같이 제시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공격적인 행보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최근의 금융위기가 오히려 한국도자기에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등 세계 도자기시장이 격변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오랜 기업들마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고 남의 돈으로 운영된다면 고유의 전통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끝난 지 오래"라며 "아주 소량이라도 남들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 도자기업계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돌파구를 제시했다. 40년을 함께한 도자기에 대한 그의 철학은 투철하다. "좋은 도자기는 착한 사람이 만들어야 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혼, 정성스런 손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제품이 바로 도자기입니다." -도자기는 일반 제조업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자기업종의 남다른 특징과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른바 '돈 벌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 분야입니다. 제품 하나하나가 사람 손을 거치고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뛰어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도자기업은 욕심을 버리고 제품에 승부를 걸면서 꾸준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도자기는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도자기는 정리해고가 없다 보니 노사분규도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도자기는 66년 역사를 이어오며 대표적인 장수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도자기에만 매달려온 장수비결은 무엇입니까. ▲지금도 국내 도자기 제조업체는 개인공방을 포함하면 1,000군데가 넘지만 한국도자기는 디자인ㆍ품질 등 제품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는 원료와 설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장에서 검증된 최고의 원료와 설비만을 사용하는 것이죠. 이는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하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입니다. 국내외 도자기업계를 통틀어 빚이 없는 곳은 한국도자기가 유일합니다. -연초 영국의 워터퍼드웨지우드, 미국의 레녹스 등 유수의 도자기업체들이 파산했습니다. 반면 한국도자기는 오히려 국내외 주요 명소마다 유통망을 늘리고 있습니다만. ▲예전부터 직영점 확대를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기회였죠. 롯데호텔점의 경우 기존에 영업 중이던 해외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기회를 잡았고 경기도 일산에도 자동차 영업소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자기의 성장 배경에는 해외 50개국, 국내 2,000군데에 이르는 판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직영점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즉각 파악하고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주요 통로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떠나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명품 라인 '프라우나' 등으로 해외시장에서도 한국도자기의 명품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공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도자기는 세계적인 품질과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외국업체와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서는 최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에 프라우나는 서양미에 동양미를 가미하는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프라우나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남들이 함부로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커피잔을 만들 때도 단순한 보석장식이 아니라 스와로브스키 등 명성을 지닌 업체의 원석을 완벽한 접착기술을 응용해 손으로 일일이 붙입니다. 이렇게 공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프라우나는 명품 소비재 잔치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박람회에서도 해외 명품을 제치고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프라우나는 중동 지역 왕실을 비롯해 유럽ㆍ러시아 등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변화가 시작됐고 앞으로 50년, 100년간은 거뜬히 버텨낼 자신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는 등 국내 도자기업체의 여건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 제품의 공세는 한국과 일본 도자기업계에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한국도자기도 본차이나 등 고가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도자기 분야는 원래 생산자 중심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습니다. 이제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세계 어느 제품과도 확연히 다른 자기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채무에 있습니다. 레녹스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당시 채무가 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외국계 회사들은 회사를 사고팔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웨지우드의 경우 250년이 넘는 전통의 기업이지만 M&A업체가 회사를 인수하는 등 주주가 바뀌다 보니 오랜 전통은 점점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더 좋은 도자기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익을 내겠다는 바람이 앞서게 되는 것이죠. 전통기업이 낙엽처럼 쓰러진 것도 이 같은 마음가짐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도자기를 마라톤 경주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재무구조ㆍ경영안정 등 기초체력이 튼튼한 자가 결국 승리하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해나갈 신규사업이나 경영포부는 무엇입니까.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도자기를 비롯한 주방용품 전반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강남ㆍ명동 등 국내 최고 지역에 매장을 열었으니 이제는 세계 최고의 지역에 매장을 개설하려는 포부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뉴욕의 도자기 명가 포티원매디슨(Fortyone Madison)에 이미 자리를 잡았고 유럽에서는 영국 최고의 명품백화점인 해러즈(Harrods) 측에서 먼저 연락해와 내년 4월에 입점합니다. 중동 거점인 두바이에는 현재 건립되고 있는 비즈니스센터 1층에 100평 규모로 내후년 매장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는 일본의 긴자입니다. 젊은 시절 나고야 등 일본을 드나들면서 언젠가 꼭 그곳에 매장을 내리라 마음을 먹었죠. 긴자에 직영점을 내고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지금도 일본을 방문할라치면 틈틈이 긴자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변상권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평소 중시하는 경영원칙도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항상 건강하고 착한 사람이 되라고 당부합니다. 직원들이 가족처럼 함께 잘사는 것이 우리의 모토입니다. 생산량을 늘리고 배당해서 큰 돈을 버는 것은 우리의 지향점이 아닙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당시 회사가 정말 어려워진다면 건물을 팔아서라도 직원들의 월급을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경영진의 마음을 아는 직원들이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디자인ㆍ전략ㆍ개발 등에 몰두해온 덕분에 이번 금융위기를 거뜬히 이겨낸 것 같습니다. ◆ 약력 ▲1936년 충북 청주 ▲195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도자기 입사 ▲1968년 대한도자기 공업협동조합 이사 ▲1969년 청주대 경영학과 강사 ▲1974년 한국도자기 대표이사 사장 ▲1978년 대한검도회 회장 ▲1979년 세계검도연맹 부회장 ▲1984년 한도통상 회장, 수안보파크호텔 회장 ▲1986년 한국도자기 회장 ▲1991년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 회장 ▲1995년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충북부의장 ▲1998년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격변기에 사세 키운 "위기에 강한 CEO"


■ 김동수 회장의 뚝심
수십년간 무차입·무해고, 외환·금융위기때 빛발해
여공 희롱 불량배 혼내려, 검도 배우다 대회 우승도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은 재계에서 '위기에 강한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그는 채무에 허덕이던 회사에 입사해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고 전국적인 규모를 다진 데 이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격변의 순간마다 사세를 키우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김 회장의 위기대응능력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고수해온 무차입ㆍ무해고 경영이 밑바탕이 됐다. 채무가 없는 자본구조는 유동성 위기 때마다 빛을 발했고 무해고 원칙은 안정적인 노사관계로 이어져 경기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의 무차입 경영원칙은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창립자이자 선친인 고 김종호 회장의 부름을 받아 1959년 회사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부장으로 입사했을 당시 한국도자기의 전신인 충북제도사는 매출의 40%를 사채이자로 내놓아야 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다. 김 회장은 당시 '빚과 목숨을 바꾸겠다'는 기도를 올릴 정도로 사채의 고통에 허덕였다. 밥 한 그릇을 간장에 찍어 먹고 새벽이면 동대문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생활을 이어간 지 10여년. 김 회장은 300장에 달하던 회사의 사채카드를 1973년에 모두 청산했다. 이후 그는 단 한 푼의 빚도 지지 않았다. 무해고 원칙 역시 마찬가지다. 1969년 청주공장 화재 당시 김 회장은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뜨거운 가마에 다가가 불을 끄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부터 회사는 직원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확고해졌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이 해고나 월급에 대한 부담 없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04년 장남인 김영신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길 때도 "직원을 사랑하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이 같은 경영원칙을 수십년간 지켜낸 그의 뚝심도 남다르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뚝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검도다. 현재 검도 7단인 그는 원래 공장 주변을 배회하며 여공들을 희롱하는 불량배를 퇴치하기 위해 유도장을 찾았지만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검도였다. 이후 그는 약하다고 쫓겨났던 몸으로 도내 검도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고된 훈련 때문에 혈뇨를 보기도 했던 각고의 노력이 낳은 결과였다. 김 회장은 불량배를 혼내준 다음 회사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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