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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합의의 반칙

힘이 센 형이 동생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었다. 내용인 즉, 동생이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같은 학급의 짝을 돕는데 썼다는 것이다. 용돈에서 떼어 천원을 성금했는데 금액이 적은 것 같아 아버지 몰래 오천원을 훔쳐서 따로 갖다줬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형이 알았으나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너그럽게 봐주었다. 형의 위엄도 세우고, 형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동생이 눈감아 주기를 기대하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범 노릇은 안했지만 묵인함으로써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골프에서는 반칙에 대해서 합의(서로 눈감아 주는)할 경우에는 전원이 경기실격의 벌을 받는다. 규칙을 어긴 사람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긴 것을 보고 묵인한 행위에 대해서도 반칙에 합의한 것으로 보고 경기실격이라는 엄한 벌을 가한다. 예를 들어 A가 친 세컨샷이 멋있게 날아가 온 그린됐다. B가 탄성을 지르며 『A군! 지금 몇번 채로 쳤어?』하고 물었다. A는 『음! 6번 아이언이야』했다. 이 경우 물어본 B나 대답한 A 모두 규칙(8조1항)위반으로 각각 2벌타를 가산해야 한다. A와 B는 무심결에 지껄인 말을 C와 D가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없던 것으로 합의하고 스코어에 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채 카드를 제출했다. 그러나 모를 것으로 알았던 C와 D가 클레임을 걸어왔다. 결국 A와 B는 벌타를 가산하지 말자는 합의를 한 죄로 경기실격이라는 엄한 벌을 받았다. 합의의 반칙으로 경기실격된 사실보다도 인격의 실격을 당한 듯한 느낌이다. 우리 인생살이에는 합의해서 잘 되는 일이 많다. 두 연인이 결혼하기 위해 반대하는 부모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합의하고 결혼승낙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 두 젊은이가 결행을 하고 나서 부모에게 떼를 쓰기로 하고 미리 사고를 치는(?)기막힌 합의도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합의는 범법행위가 아닌 사랑의 행위이므로 축복받을 합의라 하겠다. 동생의 단 한번의 실수를 눈감아 주는 형의 너그러움이 합의의 반칙인지, 인간사회의 미덕인지. 코스내에서 물어봐도 벌, 얼떨결에 대답해도 벌, 골프룰은 냉혹하기만 하다. 인간적인 너그러움이 담긴 합의의 반칙규정이 언제 탄생할런지! 해석이 어렵고 엄격하기만 한 골프룰이여! 보다 쉽고 부드러운 규칙으로 변신할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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