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의 특별할증 제도가 도입 20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할증에 특별할증이 중복되며 늘어난 보험료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해양 금융범죄 근절 업무협약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보험 할증 체계의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사망 사고를 냈을 때 기본할증과 특별할증이 함께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고 객관성이 없다"며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 부담이 없는 범위에서 내년부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보험은 가입자의 경력 기간을 비롯해 교통사고와 법규 준수 유무 등에 따라 등급과 요율을 적용해왔다. 사고를 내지 않고 법규를 준수하면 할인되고 사고를 내거나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보험료가 할증된다. 특히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하는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파손을 일으키면 기본할증에 특별할증이 추가된다.
금감원은 지난 1989년 도입된 이래 큰 틀을 유지한 자동차 보험 할인ㆍ할증 제도와 1994년 도입한 특별할증 제도를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1989년 당시 자동차 수는 260만대에 불과했다.
금감원 측은 이 같은 제도를 자동차 1,800만대 시대인 현재까지 적용하는 것이 사고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보험료 산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지난달 보험개발원에 할증 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금감원은 올해 10월 이후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부터 새 할증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실제 2009년에는 보험소비자 연맹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년째 50만원인 대물할증 기준 금액을 150만원으로 높이라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보험료는 매년 물가 등을 반영해 오르는데 할인ㆍ할증 제도는 그대로인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보험료의 할인ㆍ할증 제도는 할인보다 할증이 더욱 크게 돼 있다.
금감원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기본할증과 특별할증의 중복 적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가입자가 상해 2등급 사고를 내면 기본할증에 따라 35~36%의 보험료가 오르고 여기에 특별할증 40%가 붙는다"면서 "한 가지 사고로 두 번의 할증 적용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폐지하고 기본할증 체계로 단순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본할증과 특별할증의 산출 체계가 복잡해 가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금감원은 특별할증 제도 가운데 합리적인 부분은 기본할증에 남겨둘 계획이다. 교통사고 피해를 위장해 보험료를 허위로 타내는 경우 50%를 할증하는 특별할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밖에 요일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보험료의 8.4%를 할인받는 경우 이를 어기면 8.4%를 할증하는 제도도 여전히 운영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사고를 낼수록 지금보다 보험료 부담을 높이고 사고를 내지 않을수록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 "평균적인 보험료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쪽은 특별할증 부담을 이번달부터 축소한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교통사고로 인한 중과실 사고 운전자에 부과하던 특별할증을 사고 다발자에 한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했다. 삼성화재는 이를 통해 최대 40%인 특별할증을 5~36%로 낮췄다.
당시 업계는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출혈 경쟁을 불러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어찌 보면 삼성화재가 선도적으로 특별할증 제도를 축소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모든 보험사가 특별할증 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