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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뭐가 들었는지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아마 나사들이 잔뜩 있지 않을까.” 그의 결승전 상대였던 스튜어트 싱크가 ‘도대체 사람 같지 않다’는 뜻을 담아 농을 던졌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갤러리골프장 남코스(파72ㆍ7,351야드)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결승전은 싱크의 농담처럼 ‘황제’ 타이거 우즈의 위대함을 새삼 각인 시켰다. 그는 너무도 강했다. 우즈는 36홀 결승전을 29홀 만에 마쳐 버렸다. 7홀 남기고 8홀차(8&7) 승리. 이는 대회 10년 역사상 최다 홀차였다. 올 들어 PGA투어로는 2번째, 유럽투어를 포함해서는 3번째로 공식 경기에 나섰던 우즈는 ‘출전 대회 100% 우승’의 쾌속 행진을 거듭했다. 지난해부터 치면 9월 BMW챔피언십부터 PGA투어 4개, 유럽투어 포함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통산 승수는 63승으로 아놀드 파머를 넘어 랭킹 4위로 올라섰고 3위인 벤 호건을 1승차로 따라붙었다. 1위인 샘 스니드의 82승도 곧 넘어설 기세다. PGA투어 4승 중 최근 3승은 대회 역사상 최다차(2008 액센츄어 매치 플레이 8홀차, 뷰익 인비테이셔널 8타차, 2007 타깃월드챌린지 7타차) 기록을 곁들이기도 했다. 우즈는 또 WGC 시리즈를 두고 볼 때 단체전인 월드컵을 제외한 개인경기 3개(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CA챔피언십, 액센츄어 매치 플레이)를 잇따라 제패하는 기염도 토했다. 물론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우즈가 처음이다. 이런 기록은 우즈가 올 시즌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 경기 잇따라 우승)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절정의 샷 감각과 정교한 퍼팅,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그가 연속 우승으로 축적된 자신감을 날개 삼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결승전 경기에서도 그 가능성이 엿보였다. 11번홀까지 단 1개 홀도 내주지 않은 채 5홀차로 앞서 일찌감치 승부의 추를 끌고 온 우즈는 12번홀과 16번홀에서 승리를 따내며 추격했으나 17번홀 버디로 다시 달아나 전반 18홀을 4홀차로 마쳤다. 이후 후반에는 10번홀에서 싱크가 10m가 넘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킬 때만 1홀 내줬을 뿐 내리 승리를 따내 결국 29번째 홀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즈가 이날 29개홀에서 기록한 버디는 총 14개로 2홀에 1개 꼴이었다. 이 대회 우승으로 135만 달러의 상금을 챙긴 우즈는 상금랭킹 1위(228만6,000달러)와 페덱스컵 포인트 레이스 선두를 꿰찼다. 한편 3-4위전에서는 지난해 우승자로 4강전에서 우즈에게 졌던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저스틴 레너드(미국)를 3홀차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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