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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청계천 재개발' 전방위 로비
입력2005-05-16 12:49:31
수정
2005.05.16 12:49:31
정책 입안ㆍ결정에 검은돈 살포…'성공' 정황도 포착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 시청 뿐 아니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등에 부동산 개발업자의 로비가 이뤄진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계천 주변 부동산 개발정책 입안과 결정에 이르는 중요 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에게 검은 돈이 집중 살포됐고 이러한 금품로비가 실제로 약발을 받았음을 뒷받침하는 흔적들이 검찰 수사에서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것.
◆ 치밀한 전방위 로비= 검찰은 15일 서울 을지로 2가 도심재개발사업 5지구 주상복합 건물 신축과 관련해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로RED 대표 길모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낸 김모(51)씨를 구속했다.
서울시가 출연한 시정개발연구원은 청계천 주변 도심부의 개발계획인 `도심부발전 계획안'을 입안했고, 수석 연구원이었던 김씨는 청계천 도심부 발전 계획 연구를 총괄했다.
길씨가 처음 로비를 시도했던 2003년 10월은 서울시 청계천 복원추진본부가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 구상을 한창 진행 중이던 때로, 길씨의 금품 로비는청계천 개발정책 입안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길씨는 이듬해 2월에도 도심부 발전계획안이 발표되자 미래로RED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삼각동, 수하동 지역을 최고 148m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전략개발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
당시 청계천복원계획담당관이었던 서울 모 구청의 박모(52ㆍ구속) 도시국장도김씨가 금품을 받았던 무렵 양윤재 서울시행정제2부시장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길씨로부터 2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길씨는 시정개발연구원 김씨에게 금품을 제공할 무렵 이미 김일주(56) 한나라당지구당 위원장에게 6억5천만원을 주면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면담 주선을 요구했고,양 부시장에게도 사업청탁 대가로 2억원을 제공했다.
서울시 고위 간부들과 정책입안 기관인 시정연의 책임 연구원, 서울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브로커 등이 부동산 개발업자의 광범위한 금품 로비의 표적이 됐던 것이다.
검찰은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을 지낸 K씨가 수개월동안 미래로RED 고문을 맡아활동하면서 대표 길씨와 박 전 청계천복원계획담당관을 연결해주고 금품 로비 현장에 동석했던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계천 수사 어디까지 진행되나 = 검찰은 청계천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을지로 2가 5지구와 세운상가 32지구, 회현4-1지구만 일단 수사 선상에 포함시켰다고 못박았다.
이 중에 회현 4-1지구는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압수수색은하지 않고 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김일주씨가 구속됐을 때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구체적인혐의가 드러난 게 없다"며 이 시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일단 부인했다.
이는 이 시장이 청계천 주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수사 결과론 이 시장을 소환할 수 없다는 의미가 강해 보인다.
특히 길씨 부자가 집중적인 로비를 벌였을 무렵 이 시장과 면담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의 파장은 결국 이 시장 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분간 금품수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인물들에 대한 비리혐의를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된 김씨가 고도제한 완화에 반대하다 공원부지 1천200평제공을 전제조건으로 기존 입장을 철회한 데 길씨측 로비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지난해 2월 김씨가 길씨를 만나 건네 받은 2천만 원에는 도심부 발전계획안에 미래로RED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된 데 따른 사례 대가가 포함돼 있어 `로비수사'가 큰 진척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검찰은 또 김씨의 동료연구원이었던 정모 씨가 고도제한 완화에 반대하다 돌연연구 라인에서 배제된 정황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 다른 `외압'이 있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시 도심개발과 관련해 최고 결정 기구이면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는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록을 최근 확보, 이를 정밀분석하면 로비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필요한 중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책 입안, 결정 단계에서 부적절한 로비에 의해 청계천 재개발 계획이 수정됐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고도제한 완화 재검토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수사과정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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