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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3일] 파생상품 거래세 역기능이 더 커

오래전 파생상품의 본고장인 시카고에서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강 바닥 관련공사를 하던 중 장비가 오작동을 해 바닥을 뚫었는데 이 바람에 오래전에 건설된 후 사용되지 않던 하수관으로 강물이 역류하면서 시내 빌딩의 지하층이 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결국 안전상의 이유로 시카고 상품거래소 등 주요 선물거래소가 휴장을 선언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시카고에서 선물거래가 중지되자 뉴욕 현물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거래가 눈에 띄게 준 것이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은 자체적으로 거래되기도 하지만 현물과 연계돼 거래가 활발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고 선물 옵션거래가 위축되면 이와 관련돼 현물도 위축된다는 것을 새삼 경험한 것이다. 현물과 연계거래로 유동성 제공 사실 파생상품 거래 자체를 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투기적 속성을 가진 거래가 분초를 다투며 이뤄지는 경우 이를 규제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투기적 속성의 거래들은 시장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거래의 기본인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는 헤지 거래나 무위험 차익을 챙기는 차익거래같이 경제적 의미가 있는 거래들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우선적으로 유동성이 생명이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를 위한 헤지 전략의 경우 주로 선물에 매도포지션을 취하게 되는데 이때 반대편에서 선물 매수포지션을 취하는 투기적 거래가 없으면 매도포지션을 취하기가 매우 힘들어지면서 선물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헤지 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워질 경우 현물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차익거래의 경우도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거래 물량 중 선물과 관련한 프로그램 매매 물량이 13%가량 된다는 통계가 있는 것을 보면 선물거래 위축이 주식거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우리 시장에서 주식거래에는 거래세가 도입돼 있지만 선물 옵션에는 거래세가 없다. 그러나 이는 국제적 추세다. 선물은 주식상품에 비해 상장이 매우 용이하므로 거래세를 부과하면 이를 다른 거래소에서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경우 유일하게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싱가포르 거래소가 비슷한 주가지수에 대한 선물을 상장시키는 바람에 현재 두 거래소의 물량이 54대 46정도이다. 거래물량의 반을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거래세를 도입한 후 중간에 없애거나 감세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없었던 거래세를 중간에 도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도 고려돼야 한다. 세수만 해도 그렇다. 거래세 도입이 파생상품 거래를 위축시켜 현물거래를 위축시키면 현물주식 분야에서 세수가 감소하므로 파생거래 세수 발생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 2008년에 우리나라는 4조~5조원가량의 주식거래세를 걷었다. 이 중 10%가 조금 넘는 5,000억원가량이 선물과 연계한 프로그램 매매에서 발생했다. 선물거래세를 부과해도 선물거래량이 불변일 것이라는 매우 비현실적 가정을 할 경우 선물관련 예상 세수는 6,000억여원 정도다. 그러나 실제 선물거래세를 도입하면 선물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해 선물거래 세수는 6,000억원보다 낮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현물거래는 당연히 위축돼 증권거래 세수는 5,000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결국 선물거래 세수가 발생하는 대신 증권거래세가 줄어드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 선물거래세 도입은 시장만 왜곡시킬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되레 감소 부추겨 최근 거래세와 관련해 국회에서 심사소위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과 선물의 양도차익에 동일한 수준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본이득세가 도입되면 폐지돼야 할 거래세를 지금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 파생거래세 도입과 관련해 다양한 파급효과가 고려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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