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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 '와타나베 부인'도 손털어

"환차손 못견디겠다" 신흥국 자산 속속 팔아치워


한때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이 엔고 탓에 시장에서 속속 철수하는 운명에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캐리트레이드(낮은 이율로 엔화를 빌려 이자가 높은 신흥국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방식)' 에 나선 일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견디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신흥국 자산을 팔아 치우는 이유는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차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차손으로 다 까먹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로화 대비 엔화는 지난 22일 102.64엔까지 떨어져 10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엔화 대비 달러가치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남반구 국가들의 화폐가치 절하는 더 심각하다. 엔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는 이달 들어 17%나 폭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역시 같은 기간 18% 하락해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JP모건의 사사키 토루 환율담당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이러한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일본 투자자들이 자산을 처분해 본국으로 송금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돼 환율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캐리트레이드를 통한 투자가 자취를 감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화로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기엔 현재 투자환경이 너무나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환율이 널뛰는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의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할 경우 일본 정부가 환율시장에 다시 개입할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은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이를 엔화로 바꾸면 일시적으로 엔화 수요가 몰려 엔고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데릭 헐페니 환율 애널리스트는 "유로 당 엔화가 100엔 이하로 떨어지면 본격적인 엔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본 정부가 시장에 엔화를 풀어 엔고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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