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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中 추격에 휴대폰 등 제조업 위기… 신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 필요

기업 노력만으로 성장하기 힘들어

기술인력 양성·산학클러스터 구축 등 정부차원서 신산업정책 추진해야


주력산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조선·철강·석유화학은 이미 추격을 받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TV 등 전자까지도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경제의 허리와 같다. 서비스업과 달리 매몰비용(sunk cost)이 많이 들어가는 제조업은 고용이 안정적이며 또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업이 쇠퇴한 나라는 대부분 일자리 부족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무역수지도 적자를 경험하게 된다.

주력산업의 중국이전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제를 저성장국면으로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이전을 지연시키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신산업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의 역할은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신기술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신기술이 개발돼도 그 생애주기가 짧아지면서 투자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개발에 있어 네트워크 효과가 강조되면서 산학클러스터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자동차·전자·조선·철강에서와 같이 몇 개의 독과점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러한 여건변화로 기업의 노력만으로 신기술을 개발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어렵게 됐다. 높은 리스크와 대규모 자금마련 때문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술인재 양성과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산업지원정책이 다시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국도 중국의 추격을 피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신기술개발과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려야 하며 도시근교에 산학클러스터를 만들어 지식이 융합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벤처 등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신기술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신성장이론의 대가인 뉴욕대학의 폴 로머교수에 의하면 추격국(follower)이 기술선도국(leader)을 따라갈 때는 추격기업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기술선도국을 따라잡아 기술의 경계선(technological frontier)에 도달하면 또 다른 후발 추격기업에 의해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해당 국가는 저성장의 함정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저성장국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기업은 혁신을 해야 하고 정부는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룰이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과거에는 추격자의 입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추격을 당하는 입장에 있다. 그리고 이미 기술의 경계선에 들어와 있다. 지금대로라면 한국 기업은 곧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한국 경제는 수출이 감소하면서 저성장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우려된다. 삼성전자가 부상하면서 급속히 경쟁력을 잃은 핀란드의 노키아와 일본 소니의 사례, 그리고 스웨덴의 조선업 쇠퇴과정을 교훈 삼아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서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혁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제도를 개선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국면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주력산업의 중국이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 신산업정책을 포함시켜야 한다. 기술인력 양성, 도시근교에 고품질의 산학클러스터 구축, 그리고 신기술개발의 금융지원 확대에 대한 연차적인 계획을 수립해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미래가 밝아져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감소하던 기업투자도 늘어나 내수가 부양될 수 있다. 지금은 수요중심인 내수부양정책에 이어 공급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산업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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