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금융허브로 자처하는 영국 경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영국은 지난 1980년대 금융산업의 규제 철폐를 골자로 한 금융개혁, 이른바 '금융 빅뱅'을 단행한 덕분에 런던을 미국 뉴욕에 버금가는 국제 금융허브로서 육성했다. 금융산업은 영국의 자랑이자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커졌다. 그러나 영국 경제에서 금융산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에 더욱 심한 타격을 가하곤 했다.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새로운 희생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 여파가 깊어질수록 영국 경제가 감내해야 할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영국 경제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에 가득 낀 거품이 꺼지고 그 여파로 영국 경제가 침체의 늪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산업이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지난 2006년 한해에만 2조4,000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영국으로 유입됐다. 이는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영국 경제인구의 20%가 금융 산업에 종사해 미국의 6%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1980년대 300만명 수준이었던 금융산업 종사자의 숫자는 2007년 현재 660만명으로 증가했다. 금융산업은 지난 5년간 영국 GDP의 25%를 차지할 만큼 영국 경제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덕분에 영국경제는 지난 2001년 이후 5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며 이웃나라를 앞서왔다. 그러나 미국 금융부실이 터지면서 금융산업을 골격으로 한 영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신용경색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수천명의 고액 연봉자들을 잘라내고 보너스를 삭감할 움직임이다. 주택담보 대출업계의 돈줄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주택가격은 지난 1995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주택 및 신용 버블로 일으킨 소비는 최악의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5년간 영국 경제의 성장은 글로벌 신용 버블에 기댄 바가 상당히 컸다. 모기지 회사 노던록은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 영국에서 대출을 줬다. 해외에서 쉽게 조달한 자금은 주택가격 상승 및 소비를 부추겼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빚에 시달리게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영국가계의 전체 부채비율은 164%로 미국(138%) 등 선진7개국(G7) 어떤 국가보다 높다.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영국인의 22%인 700만명 정도가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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