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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도심에서 밀려난 한계 계층이 몰려 사는 판자촌이지만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개포주공단지와 맞닿아 있는 입지 때문에 지난 20여년 간 끊임없이 개발 압력을 받아왔다. 자연녹지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개발이 번번이 미뤄졌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2002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전체 면적의 약 40%가 넘는 12만6,910㎡의 땅을 사들인 정모씨가 민영개발을 추진하면서 다시금 개발 바람이 불었다. 이에 강남구가 2008년 10월 구룡마을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추진방침을 결정했고 2011년 서울시도 공영개발안을 확정하게 된다. 순항하는가 싶던 개발은 서울시가 지난해 환지(換地)방식을 도입, 공영ㆍ민간개발을 혼용하기로 하면서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강남구가 대토지주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정치권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혜 시비 쟁점…토지주 개발이익 규모=구룡마을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의 가장 큰 쟁점은 특혜의혹이다.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을 하게 될 경우 구룡마을 개발부지 전체 면적(28만6,929㎡)의 44.2%를 소유하고 있는 정씨를 비롯한 토지주들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는 것.
구는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의 공개질의를 통해 "토지주들의 투기의혹이 분명함에도 서울시가 환지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를 밝히라"고 시에 요구한 바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01필지 12만6,910㎡를 소유하고 있는 정씨는 개발계획에 따라 최대 1만7,165㎡를 환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인근 개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과 비교하면 이 같은 부지면적은 전용 84㎡(대지면적 43.12㎡) 398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가구당 분양가인 10억2,700만원을 곱하면 총 분양금액은 4,087억원이다. 취득가와 공사비 등 514억원을 제외하고 정씨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은 3,573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개발계획 수립지침에 따라 1가구에 돌아가는 환지는 1필지에 6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특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씨의 경우 환지토지 660㎡를 제외한 12만6,250㎡는 수용 당해야 할 처지다. 또 환지 받은 토지를 개발하더라도 토지주가 땅을 되사갈 때의 취득가격 등을 감안하면 개발이익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포주공1단지의 대지지분 가격을 적용해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뀐 660㎡의 땅을 받은 토지주가 개발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면 개발이익은 27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개발부지의 50%에 달하는 공공기여까지 감안하면 개발이익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정씨가 개포동 산156-2번지 1필지를 명의신탁을 통해 402명과 공동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강남구는 "공동 소유자가 660㎡의 필지를 환지 받은 후 대토지주와 함께 조합을 꾸려 개발하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공동소유라고 하더라도 1필지에서 최대로 환지 받을 수 있는 땅은 660㎡를 넘길 수 없다는 게 지침"이라고 못박았다.
◇지자체 간 소통 부재가 불러온 불필요한 갈등=강남구가 이처럼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서울시가 인허가 승인권자인 기초자치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결정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강남구는 시의 환지방식 도입 결정의 이면에 대토지주의 로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남구는 환지방식 도입이 사업시행방식의 '중대한 변경'임에도 주민 재공람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렸고 강남구 역시 일부 환지 도입의 구역지정안을 고시하는 등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심의 결과가 법정 최초의 개발계획 확정이기 때문에 '변경'사항이 아니라 재공람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관련 협의를 진행한 구청 주택과 간부들이 행정직 공무원이라 환지방식 도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몰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와 면밀한 협의 없이 사업시행방식을 바꾼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행정'도 문제지만 환지방식 개념도 모르고 구역지정안을 고시한 강남구의 '무능한 행정'이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판자촌 거주민 정착 위해선 혼용방식 불가피=일단 서울시는 무허가 판자촌에 거주하는 이들의 재정착을 위해서라도 공영개발에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한 혼용방식의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혼용방식을 통하면 수용방식과 달리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가 40~50%가 인하가 가능하다"며 "혼용방식이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원주민의 100% 재정착을 위해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구룡마을과 같은 조건을 지닌 지역 개발은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과도한 부채에 짓눌려 있는 서울시와 SH공사의 재정상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개발사업방식이 저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기초자치단체의 접근법은 개발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며 "특히 구룡마을의 경우에는 환지를 통해 임대료를 낮추는 혼용방식이 주민들의 재정착을 돕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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