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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협 「특정후보 지지 포기」 배경
입력1997-07-03 00:00:00
수정
1997.07.03 00:00:00
온종훈 기자
◎‘역불공정 시비’ 우려 김심작용/합동연설회후 여론향배따라 재규합 가능성도정발협이 2일 특정 경선주자 지지를 포기한 것은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김영삼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의 「김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발협이 범민주계 모임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고 청와대측도 적극적 경선관리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회창대표가 사퇴한 마당에 정발협의 움직임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오히려 「역 불공정성」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지난 1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이 전대표가 정발협의 엄정중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동안 정국의 고리였던 이대표 사퇴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정발협의 존재 자체는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여기에는 정발협내의 내부사정도 있다. 이미 이한동 박찬종 김덕룡 등 3인연대와 이수성 고문, 이인제 경기지사 등으로 지지세가 핵분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독자후보를 지명할 경우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이런 상황판단이 청와대의 움직임을 발빠르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광일 대통령 정치특보가 지난 1일 당 고위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중간 의사전달역할을 맡았다.
정발협도 2일 상임집행위와 확대간부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진로문제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며 그 결론으로 경선중립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발협이 경선과정에서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무기력한 조직으로 남아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일정이 20일이나 남아 있고 앞으로 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시작되면 여론의 향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특정후보에 대한 세규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발협이라는 큰 울타리는 깨졌지만 소규모 계파모임을 통해 범민주계가 밀 수 있는 후보를 선정, 물밑 지지작업을 통해 이회창 고문에 대한 대항마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반 이회창 진영의 경선주자들이 얼마만큼 정발협 소속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내심 정발협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전대표도 남는 장사를 했다. 일단은 목에 가시처럼 느껴지던 정발협이 표면상으로는 무장해제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세론을 몰아갈 수 있는 숨통을 튄 것이다.
정발협의 이번 결정은 당이 깨질 수 없다는 불가피한 고육지책으로 선택됐고 이에따라 앞으로 경선정국은 또 다른 양태로 급속히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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