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평균 5%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롱쇼트펀드에서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4분기부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롱쇼트 전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지난해 이 같은 유형의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오히려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8월10일 기준) 롱쇼트펀드에서 8,377억원이 유출됐다. 롱쇼트펀드는 지난 2013년 1조3,969억원, 2014년 2,481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롱쇼트펀드는 자금의 절반 이상은 안정적인 채권에 운용하고 나머지를 주식에 투자하는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롱·long)하고 내릴 것으로 판단되면 공매도(쇼트·short)를 하는 롱쇼트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더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대부분의 롱쇼트펀드가 연간 5%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올 들어서도 설정 1년 이상된 펀드는 모두 플러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금은 오히려 최근 들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혼]A'에서 2,281억원,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30자[채혼]C클래스'에서 2,047억원이 환매됐다. '미래에셋스마트롱숏50자1(주혼)종류A'에서 1,500억원이 이탈했으며 '마이다스거북이90자1(주식)A'에서도 1,379억원이 빠져나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러한 유출이 지난해 부진한 성과의 여파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33개 롱쇼트펀드(운용기간 1년 이상)의 단순 평균 1년 수익률은 1.07%였다. 하지만 일부 상품은 -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공매도를 위한 대차물량 확보가 어려워 쇼트 쪽의 수익이 부진했다"며 "펀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이 회복되자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가 다소 부진한 점이 있더라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롱쇼트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코스피의 강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금리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노린다면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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