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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새틀을 짜자] 3. 정책자금 운영구조 뜯어고치자
입력2003-12-11 00:00:00
수정
2003.12.11 00:00:00
`IT 강국 부상의 견인차인가 비효율과 부실운영의 대명사인가`
한해 운용규모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공룡기금`인 정보화촉진기금(이하 정촉기금)을 바라보는 전혀 상반된 시각이다.
정촉기금은 지난 93년 설립 이후 한국을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통신 사업자의 대규모 출연금을 주요 재원으로 조성된 정촉기금으로 세계적 수준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IT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기금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운용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가 하면 방만한 운영과 부실한 관리행태는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정보화 시대에 역설적으로 정보통신부의 위상이 안팎의 도전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통부 힘의 원천인 정촉기금 역시 존립위기론까지 돌출할 정도다.
◇예산은 3,100억, 운용자금은 8조= 정통부의 내년 세출예산은 일반회계 3,145억원, 통신사업 특별회계 4조6,238억원, 우체국보험 특별회계 4,904억원, 재정융자 특별회계 2,000억원 등 총 5조4,670억원이다. 여기에 정촉기금 2조3,963억원을 더하면 정통부가 한해 동안 굴리는 자금은 8조원이 넘는다.
정통부는 지난해에도 총 6조8,584억원의 자금을 운용해 산업자원부(2조5,314억원)보다 무려 3배 가까이 큰 규모의 살림살이를 꾸렸다. 정통부의 예산이 정부부처 중 가장 적은 축에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기형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일반회계의 비율이 형편없이 적고 거대규모의 여러 회계와 기금을 복잡하게 돌려쓰다 보니 편법과 위법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각 회계와 기금간 전출ㆍ입이 많은 데다 회계별로 쓰고 남은 결산 잉여금을 다른 회계로 편입시키는 등 편법 운용이 잦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줄줄 새는 정촉기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형오 의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정통부가 93년부터 지금까지 출연사업으로 지원한 정촉기금은 총 2조5,196억원이다. 그러나 회수된 기금은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결과다.
선도기반기술 개발사업에서는 기업이 연구개발 목표와 내용을 멋대로 변경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160건 중 22건에 달했다. 과제수행을 포기한 기업에 또다시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심한 사례도 있었다.
우수신기술 개발사업과 산업기술 개발사업에서도 정촉기금이 무분별하게 운용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99년과 2000년에 종료된 353개 과제 중 절반이 넘는 224개 과제(63.5%)가 기업화에 실패했다.
◇존폐 도마 위에 오르기도= 감사원이 지난 7월 국가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해 정보화촉진기금 등 24개 기금의 폐지를 권고하고 나섰고 국회도 재정의 단일화를 주문하고 있다.
감사원은 재정활동은 기본적으로 국가예산에서 수행하되 예산으로 추진이 어려울 때만 제한적으로 기금을 설치, 운용하는 것이 회계 단일화와 재정통합 원칙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복잡한 정통부 예산의 단일화를 촉구해 온 데 이어 지난달 권영세 의원 등 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정촉기금과 정보화근로사업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청구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촉기금을 그대로 존치시키기로 입장을 정했다. 운용의 효율화와 투명화를 통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정통부는 이를 위해 짜임새있는 운용계획 수립, 서면위주 사업관리 시스템 개선 및 실태조사, 부정사용자에 대한 제재 등 다각도의 대책을 내놨다.
◇2008년 고갈예상, `효율운영`만이 살길= 정촉기금의 매년 평균 수입은 3,000억원인 데 반해 지출은 7,000억원 규모여서 2008년 경에는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2.3GHz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 등 신규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기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기금 집행사업 중 꾸준한 지원을 요하는 경우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정통부 예산과 특별회계, 기금을 통합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염용섭 박사는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정촉기금에 대한 이중삼중의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기금의 유용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감시를 더욱 강화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대이하 IMT2000 출연금 감면 서둘러야
지난 10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광우병 내성소`. 한국 생명공학 기술의 개가로 평가되는 이 연구사업은 바로 정보통신부의 IMT-2000 출연금 지원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IMT 2000 출연금이란 지난 2000년 당시 통신사업자들이 불꽃튀는 사업권 획득경쟁을 벌이면서 사업권 획득 대가로 떠안게 된 거액의 주파수 사용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렸던 IMT-2000사업은 이제 천덕꾸러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올해 말 상용 서비스가 예정돼 있지만 시장 수요전망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통화품질의 안정성, 단말기 보급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숱하게 쌓여있다. 정보통신부는 통신장비 등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와 기술발전 등 명분을 앞세워 사업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SK텔레콤과 KTF 등은 추가 투자에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오히려 거액의 출연금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출연금 산정의 기준이 됐던 정부의 수요 예측이 크게 어긋나고 있어 출연금도 그에 맞게 감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IMT-2000 가입자가 최대 711만명, 최소 7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 가입자는 단 한명도 없다.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OVUM의 지난해 말 조사에 따르면 국내 IMT-2000 수요는 2004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2007년에도 수요가 640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2007년 가입자 2,161만명 예상과는 큰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공식`에 따라 부과된 출연금은 비동기식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이 각 1조3,000억원, 동기식 사업자 LG텔레콤이 1조1,500억원이다. SK텔레콤과 KTF는 지난 2001년 3월 절반에 해당하는 6,500억원을 낸 데 이어 잔금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분납하기로 했다. 첫해인 2007년도에 900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200억원씩 늘어나 2011년에는 1,700억원을 납부하는 식이다. 여기에 이자만 매년 300억원 이상이 추가된다.
동기식 사업자인 LG텔레콤은 총 1조1,500억원의 출연금 중 2,200억원을 납입했으며 잔금은 15년간 이자 없이 전년도 매출액의 1~3% 선에서 납부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과중한 출연금과 이자 부담이 각 사업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IMT-2000 사업을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출연금 부담에 시달리는 사업자들이 당장의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IMT-2000에 투자를 적극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결국 서비스의 질과 요금경쟁력을 약화시켜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연금을 감면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강재섭 의원은 “2.3㎓ 서비스와 위성DMB, EV-DO 등 IMT-2000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서비스 때문에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며 “IMT-2000 출연금을 재산정해 감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수요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출연금 삭감과 주파수 이용기간 연장 등 사업자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의 수요예측이 어긋난 것은 사실이지만 큰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출연금 감면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서비스 사업자 뿐 아니라 장비ㆍ단말기 등 관련산업 전체를 보고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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