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디스카운트 등 여파로 중국계 기업들의 탈(脫)증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상장회사 3곳 가운데 1곳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내 증시를 떠나거나 나갈 채비에 나서는 등 ‘코리안 드림’을 접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계 상장회사인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2009년 3월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4년여 만이다.
매수 주체는 계열회사인 캔솔루션스홀딩스로 오는 6월11일까지 주당 4,500원에 총 1,098만3,700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는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상장폐지를 한국거래소에 신청하는 등 자진 퇴출과정을 밟는다.
국내 증시에서 스스로 짐 싸 떠나거나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중국계 상장회사는 코웰이홀딩스와 3노드디지탈에 이어 세 번째다.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해 9월 퇴출된 연합과기유한공사와 성융광투자유한공사 등을 합치면 국내 증시를 떠난 중국계 기업은 총 5개사에 이른다. 지난 2007년 이후 6년간 총16개사가 상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3곳 가운데 1곳이 코리안 드림을 접었다.
이처럼 국내 증시를 자진해서 이탈하는 중국계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차이나 디스카운트 등으로 상장에 따른 이점이 크기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향상과 원활한 자금조달 등 증시상장으로 기대했던 부분들이 중국계 상장회사의 잇단 상장폐지와 중국고섬 사태 등에 따른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물거품이 되면서 자진 퇴출의 길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잇단 퇴출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중국고섬 사태는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중국계 기업들 역시 상장 전 기대했던 기업가치 증대나 자금조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상장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진 퇴출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량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한국거래소 계획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해외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지난 2009년(6개사)과 2010년(7개사) 정점을 거친 후 2011년과 2012년 각각 2개사에 그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개월간 국내 증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미국계 기업인 엑세스바이오 한 개사뿐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잇단 퇴출과 중국고섬 사태 등으로 국내 증시에 진입하려는 해외 기업의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며 “자진 상장폐지 추세가 가속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