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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새 틀 짜자] <하> 물꼬 틀 마중물은

소득공제 늘려 가입 적극 유도해야<BR>개인ㆍ퇴직연금 공제한도 합산 400만원 대신 분리해 따로 혜택 필요<br>사각지대 300인 이하 사업장 가입 확대도 시급한 과제



지난 1992년 퇴직연금제도를 전면 의무화한 호주는 현재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약 1,694조원(1조7,500만호주달러)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이다. 이 자금은 호주 민자 고속도로나 교량 건설 등에 적극 투입됐고 오늘날 맥쿼리인프라라는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퇴직연금 시장의 전체 적립금은 올 9월 말 기준 72조원이다. 1년 전(55조원)보다 약 30% 가까이 늘었지만 느는 속도가 더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2020년 200조원이 현실이 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전체 연금(공적·퇴직·개인)의 소득대체율은 고작 50% 내외로 70~90%인 주요 연금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노후 대비가 미흡하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급여를 받는 기간에 추가 납입을 유도해 퇴직 이후 부족한 소득을 확실히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개인연금 역시 일정 소득 수준이 되는 소비자가 가입하는 것이어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가입을 독려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사이에 퇴직연금이 위치해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연금의 3층 구조 확립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세제혜택이다. 현재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산해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지만 적극적인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퇴직연금인 401K는 근로자가 기여하는 부담금의 경우 연간 1만7,000달러(약 1,800만원) 또는 연봉의 15% 이하 중 적은 금액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해준다. 호주는 근로자가 연간 납입하는 5만달러(약 4,700만원)까지 최저세율인 15%, 초과분에 대해서는 31.5%의 세율을 적용해 세제혜택을 준다. 현행 호주의 소득세율은 최고 48%로 높은 편이다.

이종택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팀장은 "세제혜택이 제일 좋지만 세제혜택 자체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현재 개인·퇴직연금을 합산해 소득공제를 하는 것을 분리해 따로 한도를 정해 조금이라도 수혜자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퇴직연금(IRP)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IRP는 직장인들의 퇴직금이 조기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7월 도입됐다. 직장인들이 퇴직과 함께 받는 퇴직금을 IRP 계좌로 의무 이전토록 해 지급받은 퇴직금을 노후까지 지속적으로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통 퇴직금을 한꺼번에 타면 퇴직소득세를 제하고 난 나머지를 받지만 퇴직금을 IRP에 넣어 55세까지 보존하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매년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자연스레 자동 재투자돼 과세이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퇴직금 외에 별도로 추가 납입(연간 1,200만원 한도)도 가능해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4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IRP 적립금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 1년 동안 17조원 늘어나는 동안 IRP 적립금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8.4%에서 올해 8.0%로 0.4%포인트 줄었다. IRP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퇴직금이 연금 자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퇴직소득세를 감내하고서라도 생활 자금 등으로 중도 인출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용수 삼성증권 퇴직연금팀장은 "퇴직금이 생활 자금화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여서 IRP제도를 통해 노후까지 가져가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었지만 실제 이를 취지에 맞게 이용하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금으로 받는 것이 퇴직 직후 중도 인출해 사용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세부담 측면에서 수혜자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연금 소득이 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RP 계좌 적립금의 중도 인출에 대해 페널티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호주의 경우 1964년 이후 출생자는 사망이나 심각한 재정적 궁핍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퇴직금을 60세까지 중도 인출하지 못한다. 미국도 59.5세 이전에 인출할 때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 이외에 별도의 10% 페널티를 부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추가 납입분에 대해서만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등 중도 인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박상규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부장은 "IRP 계좌를 해지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IRP 시장의 성장은 어렵다"며 "급전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 부분 인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일부 자금만 꺼내 쓰고 나머지는 IRP에 묶어두는 부분 인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0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 여력이 있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85.3%는 이미 퇴직연금 가입을 마쳤다. 반면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300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률은 14.5%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운영자금난 등의 이유로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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