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중기 지원혜택을 받는 기준 개편이 추진되면서 정부대 중소기업중앙회, 중기중앙회대 중견기업연합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중소기업청이 현행 상시 종업원 수, 자본금, 매출액에 따른 중소기업 범위기준 지표를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부터.
중기청은 변화된 경제상황에 맞게 중소기업 범위를 12년 만에 손질, 현행 중기 졸업기준인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을 업종에 따라 800억원ㆍ600억원ㆍ400억원으로 축소하는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9월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기에 개편 기준을 초과하는 상위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 지원제도를 활용해 충분히 연계된 지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에대해 중소업계는 업종별 매출액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기 기준이 낮아지면 더욱 영세한 이미지로 자리잡게 돼 중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장 800억원 기준이 될 경우 자금ㆍ세제 등의 정책지원을 못 받게 되는 업체수는 1,300여개 가량. 이들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는 매출액 기준을 2,000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정부 개편방향에 반기를 들고 있다.
중기 범위 논란은 중소업계와 중견업계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중견기업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중소업계에서는 "중견기업 4,000개 육성이라는 정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숫자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 반면 중견련은 개편안은 자신들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기준 하향에 따라 중기 기준을 초과하는 업체들을 중견련 회원사로 받아 들일지는 검토를 해 봐야할 문제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범위 개편 작업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기청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도 꼭 특정 수준으로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의견수렴 과정이 계속 극과 극으로 치닫게 되면 연내 확정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70만 소상공인의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 설립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주유소협회, 제과협회 등이 참여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창준위)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한 창립추진위원회(창추위) 등 두 파로 나뉘어 지난달 각자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법정단체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정단체가 되면 중기청의 예산을 받아 위탁사업을 하는 등 정부 지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창추위는 지난 14일 "창준위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사주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로 중앙회가 사무실을 제공하고 상근 인력을 파견하면서 소상공인업계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방전을 펼쳤다. 이에대해 창준위는 " '창추위'의 주장은 '창준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40여개 업종별 소상공인단체의 진정성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현재 자원봉사자와 창준위가 임시 고용한 직원이 있을 뿐 중소기업중앙회가 파견한 상근 인력은 없다"고 반박했다.
중기청은 양측이 합의를 통해 하나의 조직을 구성해야 소상공인연합회 인가를 내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달을 넘길 경우 강제로 대표단체를 지정할 계획이어서 분열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기청 관계자는 "길지 않은 기간을 기다릴 것이며 (합의가 안 되면 강제로 지정한다는) 방침은 변한 게 없다"고 언급했다.
이외에 동반성장 정책에 있어서도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 콩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동반성장위원회에 건의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오히려 중기에 해가 된다는 보고서를 준비하며 중기 적합업종 무력화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계의 모든 이슈들이 각각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정치적인 결단 없이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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