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 조경은 자연과 문화의 결합 - 조세환 한양대 교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골프장의 조경은 전체적인 레이아웃에서부터 골퍼의 감성을 자극하는 미적 영역까지 코스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오는 9월과 10월에 발표될 2008 한국 10대 퍼블릭 코스와 10대 뉴 코스의 선정 기준에서도 코스 조경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가 보는 좋은 코스 조경의 조건을 통해 10대 퍼블릭과 뉴 코스들을 가늠해보고자 국내 조경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조세환 한양대 교수를 만나보았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조경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조경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라 인식된다. 조경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조경은 정원을 꾸미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넓은 의미로는 공적·사적 시설물에 경관을 꾸미는 일이 조경이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자연에 인간의 문화를 더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을 조경이라 할 수 있다. -정원을 가꾸는 것에 비해 골프장 조경은 다른 의미를 가질 것 같은데. 정원을 꾸밈에 있어 자연에 추가되는 것은 바로 인간의 문화이다. 골프장의 조경 역시 이러한 조경의 기본을 반영한다. 골프가 유래한 스코틀랜드의 평평한 대지와 거기에 자라는 초목이 자연적 요소라면 인간이 그 위에서 행하는 놀이 행위가 바로 인간의 문화인 것이다. 코스의 조경이 일반적인 정원 조경과 다른 점은 정원이 제한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데 반해 골프 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적이면서도 대단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조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자연일 것이다. 골프장의 조경에서 자연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시대에 따라 자연을 보는 시각은 변화해 왔다. 고대와 중세에 자연은 경외의 대상,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자연은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고도산업화가 이뤄지며 자연은 보존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변화를 겪었다. 골프장 조경에서도 자연을 보는 인식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최초의 골프장은 자연 상태 그대로를 이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골프라는 스포츠의 문화적 요소들이 반영되면서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미적인 기준이 강조되던 이전과는 달리 생태적으로 건전한 친환경적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 생태를 보존하는 것이 좋은 조경인가. 단순히 자연을 보존하고 손대지 않는 것은 좋은 조경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서두에서 말했듯 조경은 자연과 문화의 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로 좋은 조경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태의 보존에만 집중하는 생태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유행했던 아파트의 생태 연못이 대표적인 조경 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아파트에 도입된 생태 연못은 삭막한 도심 환경을 개선하고 생태를 도입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연못에서 발생하는 모기 등의 해충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폐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생태만을 강조하며 인간의 주거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생태와 문화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은 조경의 핵심이다. 인간을 배제하고 존재하는 자연은 그저 자연 그 자체일 뿐이다. 조경은 자연을 닮은 예술을 만드는 작업이고 이를 위해서 첨가되는 것은 인간의 문화이다. -오래된 코스와 최근에 설계된 코스의 차이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코스들은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는 코스의 미적인 완성도보다 골프장으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골프장들이 생겨나며 골프장 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생겨나는 코스들은 시대적인 요구를 반영해 설계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코스가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나. 차이는 분명하다 할 수 있지만 어떤 코스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골퍼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클래식한 코스를 선호할 수도 있고, 모던한 코스를 선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트렌드가 어떤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시대적 흐름은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자연에 문화가 결합되어 미적 감각이 충족되는 예술의 영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 생겨난 골프장들은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국 골프 코스는 일본식 조경과 닮았다는 평이 많다. 유럽의 코스들은 링크스로 대표되는 거친 느낌을 보인다면 미국의 코스는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코스들은 미국식 코스 조경에 아기자기한 매력을 더한 특징을 보인다. 꽃밭을 조성하고 분재처럼 모양을 가꾼 나무를 식재하는 것이 일본식 코스 조경의 특성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특성을 보이는 골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골프 도입 초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기도 하지만 많은 골프장의 오너들의 성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조경의 특성이 일본의 그것을 닮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의 골프장보다 아름답고 심미적으로 꾸며지고 관리되는 것이 한국의 골프장이다. 이는 다분히 한국적인 코스 설계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설계의 장점을 좋은 조경으로 연결시켜 트렌드로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적인 요소 이외에 고려되어야 할 코스 조경의 요소는 무엇인가. 골프 코스는 기본적으로 플레이를 위한 공간이고 플레이에 최적화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코스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외국의 설계가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모습과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둔다. 하지만 한국의 코스 설계에서는 플레이와 경관의 조화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인가. 골프장이 아름다운 것이 단점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있다. 우리나라의 코스 조경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은 조경수의 식재 등에 과도한 비용을 투자하며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비싸고 좋은 나무를 식재하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화려함이 경비 부담이 되어 코스를 이용하는 골퍼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좋은 조경은 돈이 많이 들어간 조경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전체적 조화와 코스의 가치를 높이는 조경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좋은 조경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최고의 코스는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곳을 꼽는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런 골프 코스를 찾지 못했지만 근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곳은 몇 곳 있다.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코스의 숨은 묘미가 살아나고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도전의식을 함양시키는 그런 곳이 최고의 코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코스가 위치한 지역의 기후, 물, 지형과 같은 풍토에 적합하면서 주변과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는 곳이라면 좋은 조경을 갖춘 골프장이라고 꼽을 수 있겠다. -평소 우리나라의 코스 조경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 평가하는가. 아직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골프장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조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지역의 풍토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식재한 소나무가 모두 고사한 적이 있었다. 강건한 산악지역에 위치한 이 골프장 주변에는 전나무 같은 수종이 많이 분포했는데, 이 지역에서 볼 수조차 없는 소나무를 식재하며 조경을 해치고 결국은 풍토에 맞지 않은 수종이 고사하는 안타까운 사례였다. -훌륭한 조경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많은 골프장이 아마추어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설계가가 아마추어인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인 오너의 입김에 의해 설계가 변경되고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해외의 유명 코스를 둘러보고 코스에 대한 안목을 키운 오너분들이 코스의 설계나 배치에 관여하며 설계가의 의도를 해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코스가 위치한 지역의 지형과 풍토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설계를 완성하는 사람은 설계가이다. 설계가의 의도와 감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코스의 조경이 이뤄진다면 좋을 것 같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에서 진행하는 10대 퍼블릭 코스와 10대 뉴 코스 선정 작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조경을 보는 관점은 개인적 성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베스트 코스를 선정하는 작업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골퍼들과 전문가 패널들이 참여해 좋은 코스를 선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골프계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좋다고 추천하는 코스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일이며, 이러한 선정 작업을 통해 골프장 간의 상호 경쟁을 통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PROFILE
◆ 조세환
1953년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도시공학 박사
현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도시생태조경학과 교수
현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

저서
『조경설계론-설계언어의 접근과 실제』

설계작품
1987년 롯데월드 조경설계
2000년 안동대학교 캠퍼스 조경설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