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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5월 12일] 한국정부의 對中 외교 유감

이달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예고 없이 새벽 특별 열차를 이용한 극비성 월경에서부터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9명의 중국 최고지도부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5시간여에 걸쳐 열린 파격 국빈 환영만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전 네차례 방중에서 보여줬던 예측 불가한 신비주의와 잠행,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이고 특수한 혈맹관계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방중에서 보여준 모습은 일면 예견됐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그의 방중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아마추어식 외교방식이었다. 국가 간 정상회담은 제3국가가 나서 그 가능성이나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난 4월 초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높다며 팡파르를 울렸고 이는 결국 오보로 끝났다. 이달 들어 그의 방중이 현실화되자 "중국 측의 사전 통보가 없었다"며 주한 중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급기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가 정상의 초청은 '주권'에 해당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비단 이것이 일회성 외교 마찰이 아니라 대북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갈수록 절대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중국에 대한 근본적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은 피폐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갈수록 중국에 매달리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남한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끊은 상태에서 북한은 살기 위해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의 대북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공개ㆍ비공개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한 한국 정부의 대북 고립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중국ㆍ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외교ㆍ내정에 있어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고 합의해 양국의 혈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후계구도든 남북관계든 중국과 북한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얘기다. 대북 정책은 중국이라는 절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좋든 싫든 동북아 정세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남북 관계 발전과 통일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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