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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지키는 사회로

한 기업가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사장의 말로는 자신이 소위 '바지사장'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주인과 그 기업의 살림에 대해 상법에 세세히 규정돼 있지만 어디에도 바지사장이라는 말은 없다. 아마 자신은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는 하나 허수아비라고 강변하려는 것이었을 게다. 그는 대주주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돈이 필요하니 통장과 인감을 달라고 해서 그냥 내줬다는 것이다. 대주주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빼먹고 도망가고, 사장은 책임이 없다고 하니 투자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사리판단을 해야 할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기업의 경영자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사장이라는 이름만 붙이고 있으면서 월급을 받아갔다는 것은 용납될 수가 없다. 물론 그 바지사장에 대한 처벌은 사법당국에서 하겠지만 온전한 회사인 줄 잘못 알고 투자한 투자자는 손해가 막심하다. 물론 그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법에 호소할 수 있겠지만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그 당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도 그럴 수 있다고 의심하게 되는 신뢰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고통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은 이같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익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잘못을 숨기면서까지 자신의 몫을 챙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이 정치ㆍ경제ㆍ사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크게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보험사기, 적자기업을 이익이 나는 기업처럼 속이는 행위가 그러한 예이며 작게는 술 먹고 운전하는 행위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왜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늘어만 가는 것일까. 원칙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법규를 위반한 행위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행위를 일일이 찾아내고 사전에 막기에는 비용 측면이나 개인의 사생활보호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그 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훨씬 무거운 벌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생각을 예방할 수 있다. 기업이 망했는데도 사장은 잘 산다는 인식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정의로운 사회, 살 맛 나는 사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원칙을 존중하고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의동<코스닥 위원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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