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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FTA, 선진국 도약의 디딤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타결됐다. 협상개시를 선언한 지 1년 2개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옥동자를 낳게 된 것이다. 무역과 투자를 비롯해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미국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한미 FTA 체결은 한국무역 60년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 시종일관 확고한 정책의지가 있었기에 타결이 가능했으며 국익을 최대로 하려는 우리 협상단의 노력 또한 돋보였다. 한미 FTA 협상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경제 및 외교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첫째, 단일 협상으로는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통 자유무역협정은 상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한미 FTA 협정은 상품의 자유이동은 물론 금융·통신·외국인투자 등 서비스 교역, 전문직의 이동, 무역구제, 지적소유권 보호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에 참여한 정부기관도 25개 부처ㆍ청에 이르며 매회 협상 때마다 한미 양국에서 각각 200여명의 대표단이 참여할 정도로 매머드였다. 협상내용이 다양함에 따라 협상단도 17개 분과로 나누어져 진행되면서 전체가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화를 이뤘다. 둘째, 협상내용이 광범위함에 따라 이해관계자도 넓어 찬반 논쟁이 과거 어느 협상 때보다 뜨거웠다. 축산농가와 감귤농장은 물론 의사·간호사와 같은 전문직, 제약업계·자동차·섬유업계 등 각 분야의 이해 당사자들은 각자 분야의 협상진도에 따라 희비가 쌍곡선을 그리며 격렬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대의 경제권과 자유무역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은 매우 컸으며 이에 따른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셋째, 협상 자체의 복잡성과 공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투명성을 최대한 발휘했다. 정부는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를 설치해 협상과정과 내용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도록 노력했다. 무역협회·상의·전경련·중기중앙회·농협·은행연합회와 39개 업종별 단체들은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를 설치, 업계 차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매 협상 때마다 협상 대표들과 회동해 협상결과를 청취하고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다. 국회는 한미 FTA 체결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협상진도를 점검하고 국회 차원의 의견을 전달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지역협정은 GATT·WTO가 지향하는 다자주의의 예외로 태어났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관세동맹을 거쳐 공동시장(EC)과 경제통화동맹(EMU)으로 발전하자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중미자유무역협정(DR-CAFTA)을 체결해 지역주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200여개의 지역협정이 발효되고 있고 올해에만 20여건의 지역협정이 새로이 발효되게 된다. 또 올해 중 새로이 체결되거나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 30여건에 달해 지역협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명제가 됐다. 그러나 지역협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또한 만병의 근원도 아니다. 지역협정은 좁은 골목길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인프라에 불과하다. 넓어진 길을 이용해 양국간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공동기술 개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등을 통해 한미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은 결국 기업들의 몫이 된다. 무역협회를 포함한 민간단체들은 5월 중에 뉴욕 한국상품전을 개최하고 미국의 경제단체 및 주정부와 교류활동을 확대하는 등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정부도 협정결과 피해를 입을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협정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도 국익 차원에서 하루 빨리 협정을 비준해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와 시민단체들도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협정결과를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는 6ㆍ25동란의 폐허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에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에 이른 저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88년 올림픽, 97년 외환위기 때 보여준 전국민의 단결력과 2002년 월드컵은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를 높여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번 한미 FTA 체결은 여기에 못지않게 우리의 대외 이미지를 향상시켜줄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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