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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값 14년만에 최고] 日 기업들 마른수건 쥐어짠다

야근 줄이고… 출장 없애고<br>생존위해 비상 긴축체제 돌입… 직원들 연말보너스 줄까 긴장<br>국산부품 고집하던 대기업도 값싼 해외부품으로 눈길 돌려


일본의 대형 전자기기업체 N사의 도쿄 본사에는 요즘 매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앞부터 넓은 1층 로비를 한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섰다가 최소한 10분이 지나야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탈 수 있다. 이 같은 출근길 장사진이 등장한 것은 회사가 지난 봄부터 엔고 및 경기불황으로 긴축관리체제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시행해 오던 근무시간 연동제(Flexible Time)를 폐지한 후부터다. 경비절감 차원에서 직원들의 출퇴근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야근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궁여지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회사 경비가 드는 출장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경비가 많이 드는 출장 대신 웬만한 업무 처리는 전화회의나 화상회의로 대체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행되던 직원 해외연수는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올 겨울 보너스도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여 회사원들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연말을 맞을 것이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일본 기업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긴축체제에 돌입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맞고 있다. 엔고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데다 수출 결제가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엔화로 환전해서 국내 인건비 등 비용을 지불할 여력은 배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오랜 엔고추세에 발맞춰 그동안 대응체질을 길러왔다고는 하지만 달러당 80엔대로 14년여 만의 기록 경신 중인 엔고 사태에 장사는 없다. 일본 게이단렌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올 겨울 보너스는 전년 대비 평균 16% 삭감됐으며 지난 1959년 이래 최대 낙폭이 예상되고 있다. KOTRA 동경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워낙 마른걸레를 쥐어짜는 데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엔고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이제 비용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 수출업종인 혼다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지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야근은 '제로'가 기본, 출장에 대한 규정도 많이 엄격해졌다"며 "내수 불황에 기록적인 엔고 현상으로 여건이 어려운 만큼 전사적으로 절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극심한 엔고 현상은 일본 업체들의 조달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달러당 85엔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동안 국산 부품을 고집해왔던 대기업들이 해외 부품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닛케이비즈니스지에 따르면 닛산의 경우 현재 약 20% 수준인 해외부품 조달 비중을 오는 2012년에는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혼다 역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이나 태국ㆍ인도네시아ㆍ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저렴한 부품조달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륜차의 경우 지금까지 95%에 달했던 국산 부품 사용 비중을 앞으로 3년 이내에 30%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25일부터 3일간 도쿄에서 한국산 부품산업전시회를 주최하는 KOTRA 동경무역관 측은 "이번 전시에는 사전 예약된 바이어 방문만 1,000건에 달해 총 일본업체 방문은 5,000건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며 엔고에 따른 국내 기업의 후광효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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