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집의 균형이 깨어진 것은 아니다. 흑이 요석 3점을 잡히기는 했지만 우변에서 우하귀에 이르는 거대한 모양을 얻어냈다. 우하귀 일대가 모두 흑의 확정지로 굳어진다면 흑도 희망을 걸어볼 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 상변의 흑이 완생이 아니라는 점인데…. 백이 82로 모양을 갖추자 상변 흑대마가 살아야 하는 부담이 클로즈업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7로 봉쇄를 하고 싶지만 백이 8에 선착하면 이 수상전은 흑이 안될 것 같다. 강동윤은 봉쇄를 하지 않고 실전보의 흑85로 슬쩍 물러섰다. 결국 흑89는 강동윤의 권리가 되었다. 이창호는 백92로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여전히 백이 편한 바둑입니다. 중앙의 흑 5점은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신세입니다."(이정우6단) 이창호의 백98이 놓였을 때 검토실에 김성룡9단이 들어왔다. 3년 전에 바로 이 기전에서 우승하여 '랜드김' 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은 김성룡이다. 그가 검토실에 들어오면 언제나 검토실은 시끄러워진다. 김성룡의 목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수순을 확인하더니 바둑판 앞에 다가앉아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6까지를 만들어놓고 말했다. "이것으로 백이 좋군요. 흑이 덤을 낼 수가 없는 바둑입니다."(김성룡) 실전보의 백100까지는 김성룡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달라졌다. 강동윤의 끈끈하고 거센 추격이 시작되었으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