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글로벌 자금파이프라인 생생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된 상황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외화자금 파이프라인은 정상화됐다. 금융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상황이 호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글로벌 자금원들이 새로운 유망투자자들을 찾아나서면서 한국기업을 주목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날 하이닉스반도체는 5억8,340만달러(약 5,366억원) 규모의 해외 무담보 고정금리 5년 만기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은 표면이자율 4.5%, 40%의 전환 프리미엄으로 발행됐고 투자자에게 만기 전 상환요구 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오는 17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채권 발행에는 골드만삭스ㆍ맥쿼리증권ㆍ모건스탠리ㆍ우리투자증권ㆍ크레디트스위스ㆍ한국산업은행 등 6개사가 참여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이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금융기관이 높은 관심을 나타내 하이닉스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변함없는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현대종합상사가 프랑스계 은행 2곳으로부터 총 9,000만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외화대출을 받았다. 금리도 리보(Libor)+0.4%포인트로 양호한 수준이다. 이를 위해 수출보험공사는 ‘해외투자보험’을 활용, 대출 은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 이밖에 금융권에서도 삼성ㆍ신한카드 등이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최근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각각 3억달러, 6억달러를 차입했다. 삼성카드 조달금리 수준은 39개월 만기 리보에 0.43%포인트, 신한카드는 0.45%포인트를 가산했다. 기업 자금팀 및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국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받은 것은 기존의 단순 채권발행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방식을 시도한 것”이라며 “내년 1ㆍ4분기까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내 기업들 역시 일반적인 채권발행 형태로 자금조달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주식 또는 자산유동화증권 등 새로운 형태의 외화 조달방식을 활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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