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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티켓 거품" 애호가 울린다

"오케스트라·뮤지컬등 외국의 2~3배" 논란 가열<br>기획사선 "시장 규모 작고 제작비용 비싼탓"<br>"단가 낮추려면 전용관 확대·정부지원책 필요"






클래식 애호가인 회사원 J씨(37). 지난해 초 영국 출장 길에 짬을 내 평소 좋아하던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리사이틀 공연을 감상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첫 내한 공연 티켓 가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국에서 3만원에 보았던 바르톨리 공연의 국내 VIP석 티켓 값은 무려 30만원에 달했다. 국내 일부 공연의 엄청나게 비싼 티켓 값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은 해외 유명 공연 티켓 값이 20만원에 이른다. 얼마 전 한 공연 예매 사이트 설문 조사 결과 뮤지컬 애호가들이 꼽은 불만 1순위가 고가 티켓 가격으로 나타날 정도다. ◇애호가 울리는 티켓 값=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졌던 빈필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여러 면에서 화제를 뿌렸다. 가장 비싼 R석 티켓 값이 40만원에 달해 거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빈필 공연은 R석 기준으로 25만원이었고 홍콩과 호주에서는 각각 22만원, 21만원이었다. 더구나 영국에서는 한국의 3분의1도 안되는 12만원에 그쳤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클래식 애호가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공연 티켓 값에 불만을 터뜨렸다. 연말 전문가들의 평론에서 빈필의 지난해 내한 공연은 오히려 다른 해외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에 뒤지는 이른바 ‘먹을 것 별로 없는 소문난 잔치에 그쳤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의 지난해 11월 국내 공연 가격도 국내에서는 낮은 지명도에도 불구, 최고가가 30만원에 달했다. 반면 한국 공연 직전 일본에서 열린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의 티켓 최고 가격은 18만원에 불과했다. ◇과연 비싼가=관객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연주자나 단체의 국내 공연을 유치하는 기획ㆍ제작사들은 티켓 값이 거품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공연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공연 티켓 값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 콘첸투스 무지쿠스의 경우만 해도 국내에서는 애호가 층이 얇기 때문에 단 한 차례 연주밖에 할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5~6회 공연을 하기 때문에 공연 단가가 낮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에 열린 가수 에릭 클랩튼의 내한 공연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 공연 티켓 값은 최고가가 18만원이었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최고가가 7만5,000원 수준에 그쳤다. 한국 공연은 단 한차례였지만 일본에서는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한달 동안 16번이나 공연한 덕택이다. 공연 기획사는 일본에서는 16번 공연 모두 관객을 다 채울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에릭 클랩튼 명성에도 불구하고 두세 차례 공연장을 모두 꽉꽉 채울 가능성은 적다고 토로한다. 빈필이나 베를린필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경우 기업 후원이 오히려 티켓 값을 부추기는 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연 후원은 일본처럼 공연 제작비를 후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접대용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 위주다. 유명 오케스트라 경우 값이 비쌀수록 기업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공연 기획사는 오히려 높은 티켓 값으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거품 논란 들끓는 뮤지컬 티켓 값=지난해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잠실 샤롯데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우리나라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을 일본 극단이 차지한 데다 뮤지컬 티켓 최고 가격을 9만원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다. 라이온 킹 공연 이전에 국내에서 뮤지컬 R석 티켓 값은 대체로 12~15만원선이었다. 이 작품 이후 뮤지컬 R석 티켓 값은 10만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등 일부 해외 블록버스터 작품은 최고가가 20만원에 달하는 등 여전히 비싼 게 현실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등 프랑스 유명 뮤지컬의 경우 프랑스 현지에서는 10만원 미만으로도 좋은 좌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 애호가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뮤지컬 인기에 편승해 낮은 수준의 작품을 고가로 책정하는 등 일부 뮤지컬의 경우 거품이 끼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뮤지컬 제작사들은 “공연장을 장기 대여하기가 힘든 데다 해외 유명 공연 초청의 경우 고가의 개런티를 지불할 수 밖에 없어 공연 제작 비용이 외국에 비해 비싸다”며 한국 공연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고 있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공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관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에서도 한국영화 발전 초기 때처럼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 일반 관객이 손쉽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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