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중국경제의 향방도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8일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발표한 4월 중국 무역수지는 181억6,000만달러로 적자 한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로이터의 전망치인 151억달러 흑자도 크게 웃돌았다. 전달 발표된 4월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만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1일 나온 중국 정부의 4월 제조업 PMI도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늘어난 1,87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16.8%나 증가한 1,689억달러를 나타냈다. 역시 수출 및 수입 증가율을 각각 10.3%, 13.9%로 제시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일단 예상을 뛰어넘은 중국의 4월 무역실적에 아시아증시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밤 사이 뉴욕증시 상승에 힘입어 오름세로 출발한 상하이와 홍콩지수는 각각 0.4%, 0.63% 상승했고 한국ㆍ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증시 등도 올랐다.
이처럼 중국 수출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도 중국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수요 증가세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중국 제품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새 지도부의 내수진작책도 서서히 약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리우스 코왈치크 크레디아그리콜 투자전략가는 "위안화 강세로 실제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의 투자확대와 내수진작책에 힘입어 경기회복세는 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요 경제지표들이 불과 일주일 사이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며 일각에서 무역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월 수출과 수입 증가세는 경기회복 약화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표의 정확성에 의심이 간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 내수시장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HSBC 서비스업PMI의 경우 4월 51.1로 201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생산지표인 제조업 PMI도 50.4를 기록해 3월 51.6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재고수치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제조업 완제품 4월 재고지수는 47.7로 전달의 50.2에 비해 2.5포인트나 하락하며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지 못했다. 제조업PMI와 재고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신규 주문이 줄면서 기업이 재고를 쌓기보다 재고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바깥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4월 수출실적도 3월과 마찬가지로 수출기업들이 해외 판매실적을 부풀렸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자금을 중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수출실적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6일 중국 외환당국이 핫머니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자금이 상당부분 유입돼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4월 세부지표에도 수출 부풀리기를 의심할 만한 수치가 드러난다. 4월 지역별 수출에서 유럽이 1.3% 하락하고 미국이 9.4% 늘어난 데 그친 반면 홍콩에 대한 수출은 무려 66%나 증가했다. 또 중국 지역별 수출에서도 장쑤ㆍ저장ㆍ상하이 등이 각각 4.6%, 12.1%, 1,1%의 증가세를 보인 데 반해 홍콩과 가까운 광둥은 31.1%의 급증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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