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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와 기아자동차(사설)
입력1997-07-11 00:00:00
수정
1997.07.11 00:00:00
요즘 기아그룹의 상황은 지난 80년대초의 미 크라이슬러사와 닮았다. 두 기업 모두 모범적인 경영에다 노사관계도 원만하다. 내수부진으로 회사가 어려운 것까지 같다. 그러나 크라이슬러는 당시 국가적인 도움으로 도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GM·포드와 더불어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빅 스리)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기아자동차를 모기업으로 하는 기아그룹은 현재 총27개 계열사에 종업원만도 5만5천명에 달한다. 국내 그룹순위는 제8위다. 세계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순위(96년 현재)는 17위다.
기아그룹이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올들어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부도설도 나돌고 있다. 종금사 등 제2 금융권 가운데서는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주거래 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최근 5백억원을 지원, 급한 불은 껐다. 「흑자도산」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기아그룹은 우리나라 재벌기업중 소유와 경영이 가장 잘 분리돼 있다. 또 재벌들의 일반적 행태인 문어발식 경영을 지양, 자동차산업 위주의 제조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수출의 역군으로서 지난해에만 자동차 35만대를 수출했으며 올해는 41만대를 예정하고 있다.
수출은 호조인데도 회사사정이 어려운 것은 국내경기의 불황탓이다. 기아그룹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최근 획기적인 자구노력을 발표, 관심을 끌었다. 그룹자체부동산 매각 등으로 7천9백50억원을 조달키로 했으며 경비축소로 5천7백80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주에는 주력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의 임직원 7천7백81명의 18.6%에 달하는 1천4백47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당초 감원인원은 3백명선이었으나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감안, 인원수를 자발적으로 늘린 것이다.
지난 79년 크라이슬러사의 결손은 11억달러였다. 미국 기업사상 1개 기업의 결손치고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회장이던 천재경영인 리 아이아코카는 정부에 10억달러의 긴급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금융지원의 전제로 의회의 융자보증을 요구, 아이아코카는 의회에 15억달러에 달하는 융자보증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아이아코카가 의회에 담보로 내세운 것은 13만명에 달하는 종업원의 일자리였다. 대신 8천5백명의 종업원은 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아코카는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아 3년만에 회사를 침몰의 위기에서 구했다.
지금 우리은행들은 한보사태후 자율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은행의 여신은 보편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가야 한다. 그곳은 제조업이어야 하고 수출산업이어야 한다. 기아는 국민적인 기업성격이 강하다. 크라이슬러를 미국정부가 지원했듯이 우리 정부도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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