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정 내에서 TV·냉장고·세탁기 등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어렵다. 가전제품은 먹고, 입는 인간의 기본 생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건강·오락 등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가전산업의 발달은 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가사부담 축소, 전력 보급률의 상승 등과 함께해 왔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쳐오고 있다.
가전산업은 전기·전자의 원리를 응용, 가정과 개인의 소비를 목적으로 한 내구재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기술, 자본,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모두 갖춘 복합적인 산업이라는 점이다. 또 소수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지배된다. 한 예로 일본, 유럽 및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생산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가전제품의 수명 주기가 점점 단축되고 있는 것도 흐름 가운데 하나.
가전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명목가격 기준 가전산업의 생산액은 23조9,000억원. 부가가치로는 8조3,000억원으로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가전산업에 고용된 인원도 약 7만5,000명으로 전체 제조업 고용의 2.8%에 해당 된다. 국내 가전산업에는 2011년 기준 총 1,519여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가전 제조업체 이외에도 가전제품의 도·소매 유통업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몇 배로 늘어난다.
가전산업은 주요 수출산업으로 지난 수십 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왔고 한국 수출이 1980년 이후 기존 경공업 제품 위주에서 중공업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기반이 됐다. 가전 산업의 수출입 현황을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수출액은 125억3,000만달러로 총 수출액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가전 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도 과거 미국에서 현재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가전산업은 품질, 생산성,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가전제품의 생산 기지가 대체로 해외에 나가 있어 국내 생산이나 부가가치 비중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술력 대비 고용 창출력도 매우 약하다. 더욱이 2004~2006년 고점 대비 가전 산업의 하락세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단 이런 가운데 최근 가전산업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가전사업과 IT 산업의 경쟁력이 함께 높은 국내 기업들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로 생산 시설을 회귀하거나 투자·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조호정 선임연구원·이종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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